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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다/수상2(隨想二)

CCTV 설치, 신중하게 하라./논술

by K기자 2013. 3. 25.

CCTV 설치, 신중하게 하라./논술

최근 납치살인, 인신매매 등 강력범죄가 잇따르고 있다. 강력범죄 발생으로 몸살을 앓고 있는 서울 강남구청은 그 대안으로 경찰과 협의해 폐쇄회로 카메라 340대를 도심 곳곳에 설치하기로 결정했다. 일단 설치해 본 뒤, 그 결과를 분석해 범죄예방, 범죄단속용 CCTV 카메라를 전국적으로 확대 설치할 것을 중앙정부에 건의할 예정이라고 한다. 이미 발생한 범죄에 대해서는 증거수단으로, 아직 발생하지 않은 범죄에 대해서는 예방책으로 기능할 것이라는 것이 관계당국이 가지고 있는 기대인 듯하다.

하지만 당국의 이같은 기대와 달리 CCTV 카메라 설치가 인권을 침해할 소지가 있다는 목소리 또한 커지고 있다. 여러 인권단체들은 본인의 동의 없이 신체를 촬영하는 것은 초상권 침해요, 범죄예방을 빌미로 한 공권력의 남용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설사 그 촬영이 범죄예방을 위한 것이라 하더라도 여론 수렴을 우한 공청회를 개최가 없었고, 관계법령이 미비한 까닭에 카메라 설치시행을 유보해야한다고 주장한다. 자신의 모습 등의 자기정보를 사용하는 데 본인이 결정권을 가지고 있다는 정보의 자기결정권은 인권단체가 내세우는 중요한 논리다.

그러나 시범적으로 설치된 폐쇄회로 카메라가 범죄증거물로 채택돼 유용하게 쓰이고 있음이 확인된 바 있다. 또한 그것이 설치됐을 때 사전에 치밀하게 계획된 범죄등이 줄어들 것이라는 예상은 어느 누구라도 충분히 할 수 있는 것이다. 누군가 지켜보고 있고, 범죄감행시 그것이 기록으로 남는다면 어느 누구도 쉬이 범죄를 저지를 수는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범죄에 피해받지 않을 권리 또한 보장돼야 할 인권이라는 주장은 CCTV 설치를 뒷받침하는 중요한 논리중의 하나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CCTV설치 여부는 신중히 결정해야 한다. 설사 범죄발생을 우려하는 지역주민들이 설치를 지지, 동의한다 하더라도 그해당지역을 다니는 사람은 비단 그 지역주민만이 아니다. 지역을 통과하는 모든 이들이 자기가 찍힐 것을 동의하리라는 것을 기대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자기의 모습이 찍혀 누군가에게 분석된다는 것은 썩 유쾌한 일도 아닐 뿐더러 만에 하나 그것이 다른 용도로 사용되지 않을까 하는 불안감 역시 쉽게 씻어내기 어렵다.

만약 CCTV 를 설치한다고 하면 카메라에 찍힌 정보가 범죄수사 이외의 다른 용도로 쓰이는가의 여부를 감시하는 독립적인 감찰기구를 세워 이같은 불안을 해소해야 할 것이다. 이와 더불어 CCTV설치기준과 인권보장 내용을 담은 법률의 제정과 관계법령의 정비도 이뤄져야 할 것이다. 범죄수사와 예방이라는 좋은 취지의 사업에 이토록 신중을 기해야 하는 것은 인권이라는 가치는 모든 인간을 대상으로 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열 명의 도둑을 놓치더라도 한 명의 억울한 사람을 만들어서는 안된다는 형법의 오랜 원칙을 되새겨볼 때다. 原
2003년 7월 14일 1389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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