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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다/수상2(隨想二)

정보화시대의 인권/작문

by K기자 2013. 3. 25.

정보화시대의 인권/작문

국가정보화추진위원회 범죄정보분과회의를 마치고 나온 정보통신부 김정보차관은 마음이 착잡하다. 올해 안까지 추진키로 했던 성범죄자 유전자은행 설립 시안이 이인권 국가인권위원회 위원장의 반대로 유보됐기 때문이다. 수사효율성은 차치하더라도 날로 증가하는 성범죄 발생율을 줄이기 위해 설립은 불가피하다고 역설했지만 범죄자의 인권이라 하더라도 무시할 수 없다는 이위원장의 호소가 더 설득력이 있었나 보다. 전용차에 오르면서 김차관은 다음 회의에서는 NEIS도 성사된 이 마당에 범죄자 정보라 해서 안 될 이유가 어디 있느냐는 논리라 맞서리라 다짐한다.

위의 예에서도 볼 수 있듯이 우리는 과연 정보화시대에 살고 있다. 몇 년 전만 해도 실현이 멀게만 느껴졌던 전자상거래, 전자 정부안 등이 속속 등장했고 아울러 그에 따른 문제점 또한 사회 곳곳에서 실감나게 발생하고 있는 까닭이다. 장밋빛 환상세계일 줄만 알았던 정보화시대가 도래한 지금, 이 세계는 장밋빛만을 띠고 있는가. 아니, 최소한 그 가능성만이라도 보여주고 있는가. 유전자 정보은행, NEIS로 대표되는 정보화는 인권이라는 가치와 피할 수 없는 한 판 승부를 벌여야 할 처지에 놓여 있다.

사실, 정보화의 성공 여부는 ‘인간’에 달려 있다. 정보라는 개념이 원래 인간의 필요에 의해 생겨난 것이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인간으로부터 출발한 이 막강한 정보가 목표하는 최종단계 역시 인간을 상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헤아릴 수 없는 인간의 개성과 특징에 주목하는 정보는 누구나 군침을 흘릴만한 최고의 상품가치를 지니고 있다. 때문에 인간정보와 정보화와의 갈등은 더 많은 풍요와 재빠른 이익의 획득을 갈구하는 자본주의 체제가 피할 수 없는 특유의 숙명이라 하겠다.

하지만 자본주의의 총아(寵兒), 정보가 가진 가장 큰 맹점은 그것이 ‘불안감’을 극복하기 어렵다는 사실에 있다. 정보의 중앙집적을 반대하는 이들은 자신의 정보가 언제 누군가에게 흘러갈 지도 모른다는 그 불안감을 반대의 가장 큰 이유로 내세운다. “불안은 영혼을 잠식한다”는 제목의 영화도 있지만 정보와 인권이 대결하는 장 가운데에는 이 같은 ‘불안’이 큰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스테디셀러 반열에 오른 밀란 쿤데라의 ‘느림’이나 피에르 쌍소의 ‘느리게 산다는 것의 의미’는 정보의 순식간성, 그것이 주는 불안감을 해소하기 위해 등장한 복고적(復古的) 대안이다. 하지만 기호지세(騎虎之勢). 이미 범의 등을 탄 우리 사회가 그 기세를 거스를 가능성은 거의 없어 보인다.

미래사회에 대한 당대인들의 불안감은 여러가지 형태로 표현돼왔다. 중세봉건사회 말기에 농장의 위기는 ‘사람을 잡아먹는 양’으로 표현됐는가 하면, 영화 ‘터미네이터’의 살인기계는 산업화시대의 불안감을 상징했다. 최근작 ‘매트릭스’에 삽입된 난삽한 난수표는 오늘날 우리들의 불안감을 여실히 드러내 주었다. 그렇다면 지난 역사가 그러했듯 오늘날 우리의 정보에 대한 이 불안감도 그냥 기우(杞憂)로 받아들여야 하는 것인가. 아니면 그 여부를 판단하기에는 아직 우리의 정보가 부족하다고 여겨야 하는 것일까. 原 

1505 (59분) 2003년 6월 13일 작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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