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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다/도서

오늘에 살라 - 어쩌다 보니, 그러다 보니

by K기자 2015. 6. 21.


요새 스마트폰 중독 때문에 책 한권 떼기가 쉽지 않은데 이 책은 단 하룻만에 읽을 수 있었다. 죄책감과 존경심의 감정이 뒤엉켜 있는 해직언론인의 이야기여서 그랬나 보다. 이 책은 MBC 전 노조위원장이자 해직기자인 박성제기자가 쓴 자서전이다. 

 

 

 

 

 

 

1. 제목: '어쩌다 보니, 그러다 보니'

2. 지은이: 박성제

3. 1쇄: 2014년 9월 26일

4. 낸 곳: 푸른숲

 

 

표현의 자유와 관련해 대체로 그의 생각에 동의하지만, 일베의 5.18 모독과 폄훼에 대해서는 독일의 '학살부인죄'만큼의 잣대를 들이대야 한다는 생각이다. 

 






하이엔드 수제 스피커 '쿠르베' 사장님이 된 박성제 기자가 영업하는 장면에서 울컥하지 않을 수 없었다. 자영업자가 된 해직기자의 아픔이 그대로 전해져왔다. 







부러울 정도의 품질 높은 탐사보도를 하는 뉴스타파의 최승호PD와 이제는 잘 나가는 것처럼 보이는 쿠르베의 박성제 기자가 이제는 지금 하는 일이 너무 소중해서, MBC에 환멸이 생겨서 돌아오지 않을까 하는 걱정은 나만 하는 게 아니었나 보다.






"나를 위로하지 마, 내가 위로할게" 

 

지하철 행상에게 위로받은 박성제 기자가 MBC 후배들한테 했다는 말 

 

"오늘 이 자리는 여러분이 해고된 저를 위로하기 위해 마련한 자리입니다. 하지만 저는 오히려 여러분을 위로하고 싶습니다. 저는 그럭저럭 잘 지내고 있습니다. 이제 기자가 아니라 시청자가 됐거든요. 형편없는 MBC 뉴스 보면서 혀만 끌끌 차면 됩니다. 하지만 여러분은 MBC 안에서 망가져가는 조직의 고통을 감내해야 하고, 권력에 굴종하는 더러운 세력과 싸우고, 그러다 징계까지 받으면서 버텨내야 합니다. 후배 여러분이 저보다 훨씬 더 어렵고 힘든 상황이라는 것 잘 알고 있습니다. 지하철에서 만난 그 분이 제게 했던 말, 그대로 제가 여러분께 돌려드리겠습니다. 저를 위로하지 마세요. 제가 위로하겠습니다. 여러분 힘내십시오, 늘 응원하겠습니다." 

 

가슴 저 아래서 뜨거운 것이 올라왔다.




2012년 170일 파업에서 패배한 서울MBC 기자와 PD들은 그야말로 하루하루 치욕을 삼켜야 하는 시간을 보내고 있다. 시청자들한테서도 외면 받고, 타사 기자들은 냉소하고, 어떤 이들은 고소해하는 그 치욕의 시간 말이다. 섶에 누워 쓸개를 씹고 있음에도 참는 건 MBC에 이런 저널리스트들이 있기 때문일 것이다.


 

 

 

이 책은 MBC 박성제 기자가 해고 과정과 수제 스피커 '쿠르베'를 만드는 과정 등 두 개의 축으로 구성돼 있는데 '쿠르베' 제작 과정은 음악이나 소리에 문외한인 내가 보기에도 흥미진진했다. 쿠르베의 가격이 더 오르기 전에, 나한테 총알이 좀 있을 때 소장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 정도다.

 

쿠르베 홈페이지에도 가보다.

 

 http://www.courbeaudi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