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3 May 8th, Thu. 여행 10일째(친퀘테르)
1. 날씨가 정말 좋다. 친퀘테르는 정말 아름다운 동네다. 일주일 묵어도 좋을 성 싶다. 유스호스텔에 무사히 입성해서 다행이다. 돈과 정보가 없으면 몸이 고생한다는 교훈을 ㅃㅕ 저리게 느끼고 있다.
2. 오늘은 어버이 날이다. 동시에 석가 탄신일이란다. 집에 전화했더니 두 분 다 절에 가셨댄다. 집 떠나니 생각나고 보고 싶은 것은 멋진 경치와 좋은 현지사람이 아니라 내 친구와 가족들이다. 오늘이 지나기 전에 집에 전화를 해야지.
3. 여기 와서 많은 외국인들을 만나고 사귀고 했지만 만나보면 외국인 대하는 것도 별 것 아니게 됨을 알게 된다. 그들도 똑같은 사람이고 같은 감정을 느끼는 인격체인데 유독 우리나라 사람들은 외국인이라면 겁을 먹는다. 내가 여기서 외국인들이랑 찍은 사진은 한국에 가면 엄청난 가치상승을 일으킬 것이라는 사실을 나도 알고 있다. 그러기에 오늘도 난 좋은 사냥감을 찾아 다닌다.
4. 미국인이건 캐나다인이건 유럽인이건 길가다 만난 사람들에게 인사하는 것은 기본이다. 우리나라 사람들에게 그것이 힘든 이유는 존대말 때문이다. 안녕! 안녕하세요!~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나눌 보편적이면서도 쉬운 인사말이 없기 때문이다. 인사를 하려고 하면 상대방의 나이를 계산해야 하고 그 다음에 나와의 관계를 계산해야 한다. 그 이후에 나오는 안녕은 아무래도 순수할 수 없고 무겁기 그지 없는 인삿말이 될 수밖에 없다. 여기 이탈리아만 해도 Ciao 라는 좋은 UNIVERSAL 한 인삿말이 있다. 존댓말, 우리나라만의 특수한 환경으로 인정해야 하는 것일까 아니면 없어애할 악습으로 생각해야 하는 것일까.
<기차에서 만난 이탈리아 청소년들>
5. 길을 잘못 들어서 베르나자(Vernazza)에서 몬테로소(Monterosso)로 가는 길을 한참 돌아갔따. 덕분에 지금 아주 많이 피곤하다. 맥주 BECKS를 세 병이나 마셔서 더욱 취기가 돈다.
<친퀘테르 몬테소로의 흔한 풍경>
6. 영어에서 YES, NO 를 빼고 가장 많이 쓰는 말은 You know, I don't know 이 두가지가 아닐까. You know 는 '우리' 감정을 불러일으킬 때 사용되는 말이고 I don't know 는 우리 말의 '글쎄' 뉘앙스의 말이지만 서양인들의 정서에 맞게 확실히 자기의 의사를 나타낸다. 난 모르겠다고...
<친퀘테의 흔한 길가 풍경>
7. 오랜만에 인터넷에 접속했다. 생각보다 글도 별로 없고 이메일은 한통도 없었지만 오랜만에 그네들의 글과 반응을 보니 흐뭇하다. 그 중 K 의 글은 유독 눈길을 끈다. 글을 잘 쓴다거나 (그는 '있슴'이라고 쓴다!! ) 내용이 영양가 있어서라기보다는 정말 NAIVE하게 자기의 모든 것을 글 속에 담아놓기 때문이다. 예컨대 자기 자랑을 하려면 좀 세련되게 할 수도 있으련만 그는 글 읽는 사람이 쓴 웃음을 짓게 요란하게도 광고한다. (하긴 어느정도 장치를 동원하기는 한다) 그의 가부장적이고 신자유주의적인 가치관과 더불어 정말 순진하면서도 천진난만한 글솜씨는 쓴웃음을 짓게 하는구나.
<친퀘테르에서 만난 노인들. 여유자적하다>
8. 내일 가는 플로렌스는 정말 기대가 많이 된다. 르네상스의 본고장이다. 금토일 3일동안 있을 예정이다.
8. 내일 가는 플로렌스는 정말 기대가 많이 된다. 르네상스의 본고장이다. 금토일 3일동안 있을 예정이다.
<친퀘테르의 흔한 담벼락 풍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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