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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다/수상2(隨想二)

비(작문)

by K기자 2013. 3. 25.

언론사 시험 준비하던 2003년 7월 30일 작성

비(작문)


며칠 전 기상청은 올해 장마가 끝났다고 선언했다. 예전 경우를 보건대 장마가 끝나긴 했지만 큰 비를 몇 번 더 겪고 나야 올해 물난리 걱정이 끝날 것 같다. 태풍과 국지성 집중호우는 매년 수많은 이재민과 재산피해를 발생시키는 우리에게 가장 큰 위협이 되는 자연재해다. 물난리로 고생을 한 지역에서는 해마다 수해방지 대책을 세우곤 하지만 비는 이러한 우리의 예상을 번번이 깨뜨리면서 큰 재앙을 몰고 온다. 자연재해의 원인에는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비는 우리에게 가장 큰 피해를 준다는 점에서 적어도 아직까지는 자연재해의 대명사로 군림하고 있다.


물난리, 수재민, 복구 등 비로 인해 발생한 단어들을 살펴보자면 우선 비를 부정적으로 생각을 안 할 수가 없다. 하지만 사실 비 자체는 우리에게 전혀 해가 될 것이 없는 자연현상일 뿐이다. 비가 그친 뒤 대기오염에서 해방된 공기를 마셔보라. 이 때의 비는 때를 씻어주는 정화제다. 가뭄으로 타들어가는 논밭에 내리는 비를 두고 생명수라 해도 과언은 아닐 것이다. 비가 우리 생활에 얼마나 소중한 것인지는 우리 조상들이 비를 어떻게 인식했는가만을 봐도 쉽게 알 수 있다. 비를 오게 해달라고 비는 기우제(祈雨祭)는 있었으되 오는 비를 멈추게 해달라고 비는 제사는 없었다.


요컨대 알맞게 내리는 비는 나쁜 구석을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우리에게 유익하다는 말이다. 하지만 문제는 그 알맞음이 어느 정도이냐 하는 것이다. 우리가 알맞다고 느낀 만큼만 내리다가 멎는 것이 아니기에 해마다 물난리로 고생을 하지 않은가. 내리는 비의 양을 적절하게 통제하지 못해 고생을 겪는 것은 비단 오늘날의 문제만은 아니다. 그러나 오늘날 비가 내리는 양상은 예전의 그것과 달라졌음이 확실하게 증명되고 있다. 과학기술이 발달함에 따라 전보다 날씨를 정확하게 예측할 수 있게 됐다지만 예측 불가능한 집중호우 등 이상기후현상은 더욱 자주 발생하고 있다.


우리는 자연재해에 비교적 너그러운 태도를 취한다. 예컨대 갑자기 많이 비가 내려 비행기가 회항하고, 열차가 탈선하는 등 사고가 발생했을 때, 그것이 자연재해로 인한 것임이 밝혀졌다고 하자. 사람의 실수가 아닌 어쩔 수 없는 자연재해이므로 원인규명보다는 사후 대책마련에 보다 관심을 기울이는 것이 그간의 관례였다. 이렇듯 사고가 일어났을 때 그것이 인재(人災)냐 천재(天災)냐를 밝히는 것은 사람의 힘으로 어쩔 수 없는 사고에 대해 면죄부를 주기 위한 절차 중의 하나였다. 하지만 어쩔 수 없는 자연재해로 여기던 그 비가 사람으로 인해 일어난 것이라고 한다면 어쩔 것인가. 인간이 자연을 오염시키고 더 나아가 기후를 변화시킨 탓에 필연적으로 발생하지 않을 수 없는 인재(人災)라는 주장에 우리는 어떻게 답해야 하는가.


물론 이같은 기후변화가 인재인지 천재인지를 명확하게 구별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어쩌면 그 책임소재를 명확히 밝혀내는 것은 불가능할 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 재해가 인간 탓에 일어난 것이라는 생각을 잃지 않는다면 그 원인을 찾고 대책을 마련해야 하는 전 인류적 공감대를 이끌어내는 일은 불가능할 것 같지는 않다. 책임소재를 명확히 하기는 어렵지만 그 피해는 모든 인류가 몸소 느끼고 있기 때문이다. 책임소재를 따지는 일이 어렵다 하더라도 이를 사회의 책임, 국가의 책임, 국가간의 책임으로 크게 환원해 논의하면 될 것이다. 환경오염을 줄이고, 기후변화를 막아내기 위한 전지구적인 관심과 노력이 중요하다고 하겠다. 原 1681자. 

2003년 7월 30일 작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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