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걷다/이탈리아

18일째( 2003.5.16.금)

by K기자 2013. 3. 25.

2003 May 16th Fri. 여행 18일째(아말피->로마)



1. 포지타노의 안나를 뒤로 하고 소렌토로 향하는 시타(SITA)버스를 타다. 어제는 이번 여행 중 가장 돈을 많이 쓴 날이었지만 그만큼의 가치는 있었다. 

<사진설명: 론니 플래닛이 극찬한 포지타노 숙소의 주인 안나와 함께>



2. 어제밤에 꾼 꿈이 아직도 뇌리에 생생하다. 나는 제2차 한국전쟁이 일어난 한복판에 있었다. 도망다니기에 급급했다. 수구 꼴통들의 불안감이 잠시나마 헤아려지는 순간이었다. 멀리서 터진 핵폭탄의 낙진을 피하기 위해 이리저리 숨을 곳을 찾아 다니고 북괴(북한)군의 총칼을 피하기 위해 일부러 시체들 틈에서 죽은 척도 하고 그랬다. 그제 만난 뉴질랜드인(키위) 다이애나(Diana)가 한 말이 서울은 북한과 그렇게 가까이 있으면서도 무섭지 않느냐고 물었던 것이 내 무의식에 영향을 준 것이 분명하다. 역시 한국은 관광지로서 성공하기엔 태생적 한계를 안고 있다.



3. '폼페이 최후의 날'이란 구절로 유명한 고도(古都) 폼페이에 오다. 2000년 전 폼페이 시민 어느 누가 식탁으로 사용했음직한 탁자에 앉아 글을 쓰고 있다. 2000년 전 여기서 밥을 먹고 토론을 하고 그랬을 것이다. 애초에 폼페이의 모든 유적지를 돌아보리라는 야심찬 계획을 세웠지만 삼분의 일도 다 둘러보기 전에 더위에 허기짐에 그만 항복선언을 하고 말았다.


<폼페이 스페셜>


'폼페이 최후의 날'이란 구절로 유명한 고도(古都) 폼페이에 오다. 2000년 전 폼페이 시민 어느 누군가는 이것을 식탁으로 삼아 밥을 먹었으리라. 그로부터 2200년이 지난 오늘 난 그 탁자에 앉아 이 글을 쓰고 있다. 인생은 무상하다.





2003년 당시 인텔 광고에서 나오는 바로 그 장소. 고대 유적지에서도 무선 인터넷이 된다는 내용의 그...저 석상은 아폴로 신이라고 한다. 원래 활시위를 당기고 있었는데 활을 누가 가져가 저렇게 허망하게 팔만 들고 있다는... 2천년간이나 저렇게 팔을 들고 있으려면 얼마나 아플까? ^-^





동시 통역기. 비록 한국어는 없었지만 이 놈이 없었으면 여행이 무척 재미 없었을 것이다.
신호음이 무척이나 인상깊었던....






베수비오 화산이 터지던 날. 시뻘건 용암에 그대로 화석이 돼버린 어느 시민. 인생은 무상.







잘 정비된 길. 튼튼하게 지어진 집들. 폼페이시의 어느 마을 앞 길에서..





베수비오 화산이 덮쳐 한 순간에 화석이 돼 버린 시민들. 가운데 아이들도 보이고, 가장자리엔 임산부도 있었다. 인생은 무상.





폼페이 사람들은 정원가꾸기를 좋아했다고 한다. 아무리 가난하더라도 집에 조그만 정원이 다 하나씩은 있었을 정도. 사진의 복원된 정원은 꽤나 큰 세력가의 집에 있던 정원. 하지만 아무리 화려하면 뭐하나. 정원을 가꾸던 주인은 알았을까. 베수비오 화산이 한 순간에 그 자신과 다른 모든 것을 다 날려버릴 것이라는 사실을... 인생은 무상하다.





2000년 전, 폼페이 사람들은 이 화덕에 불을 지펴 밥을 먹었을 것이다.







발굴된 지 얼마 되지 않은 폼페이 아직도 발굴이 진행되고 있었다.
Archaeological work in progress, please do not enter.

그냥 지나치는 수밖에... ^-^







우리나라 사람들은 집기와에 호랑이나 용의 모습을 그려 넣곤 했지만 2000년 전 폼페이 사람들은 벽돌 한 가운데 저렇게 사람의 얼굴을 그려 넣어 집의 수호신을 삼았다나 뭐라나~




정말 더웠던 그 때...






민박집에 하루 일찍 들어가기로 했다. Gucci 가방을 들고 다니는 것이 너무 힘들고 부담이 돼서 내린 결정이다. 한국인이 하는 민박집이니 다른 데보다 믿고 돌아다닐 수 있을 것이다. 




< 베수비오 화산을 배경으로 폼페이 유적 앞에서 사진을 찍다>


5. 로마로 향하는 기차에 앉아 있다. 옆자리에는 깐깐하기 이를 데 없는 이탈리아인 할머니가 앉았다. 졸고 있는 나를 대뜸 깨워서는 달그락거리는 소리를 내 짐이 내고 있다고 뭐라뭐라 했다. 난 이렇게 말했다. I don't know. I don't think my bag is making that noise. I don't care anything noisy. Please don't bother me. Mind your business!! 


<로마로 가는 기차 안에서. 책은 릭 스티브의 이탈리아 여행서>




6. 이번 여행, 다른 것들도 좋았지만 세게 각 국에서 온 외국인들과 친구가 될 수 있어서 더욱 좋았던 여행이었다. 파푸아 뉴기니, 미국, 영국, 독일, 오스트리아, 멕시코, 뉴질랜드, 그리고 이탈리아. 그들과 앞으로도 계속 연락할 수 있을 지 확신이 서지는 않지만 그들은 내 인생과 경험의 소중한 자산이다. 더불어 우리나라를 더욱 사랑하게 됐다는 점도 이번 여행의 커다란 소득 중 하나다.

7. 이탈리아가 자랑하는 세계적인 사상가인 그람시(Gramsci)는 어디 지방 사람일까. 공산당이 존재하고 실제로 좌파 정부가 집권하는 이탈리아의 정치적 환경에서 그를 터부시해야할 이유는 없을 것이다. 시에나에 그람시 광장이 있었는데 혹시 거기 출신일까? 하긴 이곳저곳에 이탈리아 통일의 영웅 가리발디광장(Garivaldi Piazza)가 있는 것을 보면 꼭 그렇지도 않을 것이다. 그가 주창한 개념이 무엇인지 갑자기 생각나지 않는다. 헤게모니인가? 아직까지 귀국을 못하고 있는 재독 철학자 송두율교수가 생각난다. 우리나라 보수 우파 수구 꼴통 선생님들께 질문드리옵건대 프랑스, 영국, 이탈리아의 좌파정부와 그들의 사상적 유연성에 대해 어떤 견해를 갖고 있는지요?


<로마 전쟁기념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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