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걷다/이탈리아

17일째 (2003.5.15.화)

by K기자 2013. 3. 25.


2003 May 15th Thu. 여행 17일째(소렌토->아말피)



1. 아침을 호스텔에서 간단히 해결하고 포지타노(Positano)로 가던 중 버스가 고장이 났다. 산길 중턱에서 다음 버스를 기다리고 있다. 집채만한 버스가 그 좁은 도로를 곡예하듯 달리는 것도 신기한데 더욱 놀라운 것은 그 좁은 도로에 버스 두 대가 무리 없이 교행한다는 사실이다. 

<운전기사 아저씨 운전능력 짱!>


포지타노에 있는 유스호스텔에 짐을 맡기고 길을 나서려 했는데 호스텔이 문을 닫기 전에 도착할 수 있을런지 모르겠다. 친퀘테르에서 만난 오스트리아인 클린턴(clinton)과 대런(Darren)을 다시 만나 같이 다니고 있다. 

2. 여행 중 만날 수 있는 범죄에 대해 생각하다가 자본가, 노동자들의 대립에까지 생각이 미치다. 생각컨대 자본가는 하층민들, 노동자들을 자기 몫을 언제 뺏어갈 지 모르는 강도나 날치기 쯤으로 여기는 것이 아닐까. 노동자들을 같이 살아가야할 동반자로 여기는 것이 아니라 그 반대로 생각하는 것이다. 때문에 불안한 여행지에서 언제 도둑을 만나 돈을 뺏길 지 몰라 하는 관광객처럼 자본가들 역시 전전긍긍하고 있는 것이다. 민족 모순과 계급 모순 중 어느 것이 선결과제인가를 두고 선배와 나눈 대화가 떠올랐다.



<아말피 해안에서 탄 배에서 본 전경>



3. '장쾌하다'란 표현을 여러번 쓰고 싶었지만 번번히 잊고 있었다가 지금에 와서야 사용한다. 한계령 도로보다 훨씬 더 꼬불한 이 길을 지나 포지타노로 향하고 있다. 창밖으로 보이는 절벽과 틈틈히 박혀 있는 집들은 이 장쾌한 경관을 수식하기 위한 장식물이다. 

<아말피 해안에 늘어선 집들, 어떻게 집을 저렇게 지을 수 있지? 그것도 이쁘게??>



4. 유스호스텔에 짐을 부려 놓고 포지타노 해변으로 내려오다. 구름이 약간 있긴 하지만 경치를 즐기기엔 그만인 날씨다. 내려오는 길에 수퍼마켓에서 파는 샌드위치를 사다. 할머니가 직접 만들어 줬는데 지금까지 내가 여기서 먹어 본 것 중 최고로 맛있다. 

<정말 맛있었던 샌위치>

5. 부드럽고 시원한 바람, 맑은 바다, 강렬한 햇살, 5월 중순의 아말피(Amalfi)는 최고의 휴양지다. 반짝거리는 바다를 보면서 다음에 여기를 꼭 다시 한 번 오리라 다짐한다.

<아말피 해안에서 만난 화가>


<아말피 해안에서 만난 아기 업은 아버지>

<사진 설명: 아말피에서 배를 타고 포지타노로 향하기 전 찍은 사진.>


6. 아말피에서 배를 타고 포지타노로 향하고 있다. 다른 곳으로 가기 위해 배에 탄 이탈리아 어린애들이 검은 머리의 내가 신기한 지 자꾸 손을 흔들어 인사를 한다. 나도 손을 흔들어 인사를 해줬는데 그 중 한 아이가 내게서 눈을 떼지 못한다. 아이들은 무조건 시끄럽고 짖궂을 것이라 생각했던 내가 부끄러워지는 순간이다. 애들은 역시 애가 아니던가. 갑자기 내가 26살인지 27살인지 가물가물해진다. 27살이 맞구나. ㅜ.ㅜ


<브리켓 유스호스텔에서 해변으로 내려가는 수제화 가게. 구불구불한 골목길에 있었다.>




7. 브리켓(Brikette) 호스텔은 정말 멋진 곳이다. 좀 비싼 것이 흠이긴 하지만 '정갈'하다는 단어를 주고 싶을만큼 깨끗하다. 호스텔을 운영하는 두 안나(Anna)도 멋진 사람들이다. 늙은 안나는 엄하면서도 유머러스한 노선생님을 생각나게 한다. 그나저나 아말피 타운에서 포지타노로 가는 배를 탄 것은 정말 잘 한 일이다. 그 날씨와 경치, 분위기는 평생 잊지 못할 감동으로 남을 것이다. 별 다섯개 주겠다. ★★★★★


<브리켓 호스텔 전경>




8. 안나가 가르쳐준 레스토랑이 모두 문을 닫아서 포지타노 밑바닥까지 내려왔다. 해물덮밥에 쇠고기 스테이크를 시켰는데 쌀이 좀 설익은 것을 빼고는 괜찮았다. 여행 중 처음으로 온 레스토랑치곤 나쁘지 않았다. 내가 좀 많이 배고팠던 탓도 있지만 말이다. 처음이자 마지막이 될 레스토랑이 될 것이다. 참. Brek 을 잊을 뻔 했군. 



<환상적인 저녁 식사. 벡스를 빼놓으면 서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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