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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다/수상2(隨想二)

깨끗한 정치, 이젠 시민의 힘으로/논술

by K기자 2013. 3. 25.

깨끗한 정치, 이젠 시민의 힘으로/논술




IMF 위기는 우리에게 개혁이라는 화두를 던져 주었다. 재벌과 금융분문으로부터 시작된 개혁 바람은 교육계와 노동계 언론계까지 불어 닥쳤고, 비록 진통은 있었으나 어느 정도 성과를 보이기도 했다. 개혁하지 않으면 살아남을 수 없다고 모두가 입을 모으고 있는 이 때 개혁바람의 무풍지대로 남아 있는 곳이 있으니 그것은 바로 우리 정치다. 지역주의를 기반으로 하는 정당구조, 정치신인이 입문하기 여려운 진입장벽, 불투명하기 그지 없는 정치자금 등 정치개혁의 대상이 되는 분야는 매우 많다. 그 중에서도 정치자금 문제는 우리 국민이라면 누구나 손꼽을 정도로 개혁대상의 우선순위로 거론되고 있다. 굳이 예를 찾아 멀리 가지 않더라도 굿모닝 게이트, 대선자금 등 최근 일련의 사건들을 보면 정치개혁이 왜 정치자금 문제로 귀결될 수밖에 없는 지 명확하게 드러난다.

경제는 2류, 정치는 3류라는 말처럼 우리 정치가 후진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음은 누구보다도 정치인들이 잘 알고 있다. 게다가 정치선진화를 이루기 위해서는 정치자금을 투명하게 하는 것이 최우선과제라는 사실도 정확하게 알고 있다. 정치 자금 개혁을 내용으로 하는 개혁입법이 만들어진 것도 그런 이유에서다. 하지만 정치개혁법이 만들어진 지도 15년이 흘렀고 그 와중에 12번이나 개정이 이뤄졌는데도 불구하고 우리 정치가 아직도 구태를 벗지 못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그것은 정치개혁법을 만드는 주체와 그 법이 겨누고 있는 객체가 다르지 않기 때문이다. 제 머리 못 깎는 중처럼 언제 자기 발목을 잡을 지도 모르는 정치자금법을 엄격하게 만들 수 없었을 것이라는 얘기다.

검찰이 수사를 제대로 못하면 특별검사를 세워 수사를 맡기는 것처럼 지금 정치인들을 대신해 제대로 된 정치자금법을 만들어 줄 수 있는 외부 기관이 있었으면 좋겠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그것은 초헌법적인 발상이므로 이루기가 힘들다. 그나마 대안이라면 깨끗한 정치인, 혹은 양심적인 정치인을 뽑아 제대로 된 정치자금법을 만들도록 하는 방법이 있겠다. 결국 우리 정치의 개혁은 우리 국민의 손에 달려있다. 다만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다음 총선까지 기다려야 하므로 국회의원들이 지금 있는 정치자금법을 제대로 지키는지 철저히 지켜볼 일이다. 깨끗한 정치를 위한 국민의 할 일, 시민의 자리는 바로 여기서 찾을 수 있다.

돈과 정치. 정치를 하기 위해서 돈이 드는 것은 당연한 사실이다. 하지만 우리는 그동안 정치와 돈이 빚어내는 더러운 모습에 너무 익숙해져 버렸다. 때문에 정당한 정치활동에 드는 돈에도 의심을 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심리적 현상인지도 모르겠다. 정치인들은 이제라도 정치자금법을 성실히 지키고 부족한 법조항을 엄정하게 연구해 만들어 내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 그래서 정치를 하는 데 돈이 든다는 이 당연한 사실을 국민들이 다시 받아들일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다. 이념과 정책을 따지는 일은 그 뒤에 해도 늦지 않다. 原 1436자

2003년 9월 4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