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정부의 언론개혁/논술
IMF는 우리에게 개혁이라는 화두를 던져주었다. 개혁하지 않으면 살아남을 수 없다는 절박한 심정으로 시작한 정치개혁과 경제개혁은 부족하나마 어느 정도 성과를 일구어 내기도 했다. 바꿔야 산다고 모두가 부르짖는 이 때 개혁의 무풍지대로 남아 있는 곳이 있으니 이는 바로 언론분야다. 언론개혁은 언론인들 스스로도 필요성을 인정할 만큼 절대적으로 시행해야할 과제임에도 불구하고 개혁 논란만 분분할 뿐 어쩐 일인지 제대로 시도되지 못했다. 우리 사회 전 분야를 향해 개혁할 것을 주문하고 있는 주체가 언론이고 보면 스스로 개혁을 못하는 지금의 현실은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
한국 언론을 형성하고 있는 큰 세력인 신문과 방송은 활자매체와 영상매체의 차이만큼이나 다른 문제점을 안고 있다. 방송사가 가장 많은 비판을 받는 것은 시청률을 금과옥조처럼 떠받드는 그들의 태도다. 때문에 공영성을 회복하는 것이 방송개혁의 본질이라고 지적받는다. 하지만 한 편으로는 우리 방송의 살 길은 민영화라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방만한 재정운용과 보도 논조의 편향 시비를 해결할 수 있는 대책이라고 말이다. 신문도 문제가 심각하기는 마찬가지다. 시민운동 단체가 오랫동안 제기해 온 대로 신문은 왜곡된 시장질서를 바로 잡는 것이 개혁의 최우선 과제로 제기되고 있다. 소수의 거대 신문이 시장을 장악함으로써 신문 광고주까지 독식하는 악순환이 끊이지 않는다는 얘기다.
신문과 방송. 각각이 안고 있는 문제는 다양하지만 그 원인을 들여다 보면 하나의 큰 원인이 이 같은 부작용을 만들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그것은 다름 아닌 광고다. 수많은 사람들이 방송의 시청률 지상주의를 질타하는데도 방송이 아직도 시청률을 포기하지 않는 이유는 높은 시청률이 높은 단가의 광고를 보장해준다는 믿음이 있기 때문이다. 방송의 공영성과 민영화 역시 광고를 떼어 놓고는 해결할 수 없을 정도다. 판매 부수를 놓고 경쟁하는 신문들 역시 광고가 부작용의 원인으로 작용하기는 마찬가지다. 신문고시를 어겨 무가지를 뿌리더라도 그렇게 해서 판매부수를 늘리는 것만이 많은 광고주를 끌어들일 수 있다는 계산이 신문시장을 왜곡하고 있다는 말이다. 요컨대 신문과 방송개혁의 요체는 광고문제를 어떻게 해결하는가에 달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렇게 왜곡된 언론시장을 제 삼자가 나서서 바로 잡아줄 수 있다면 좋겠지만 현실적으로 쉽지가 않다. 지난 김영삼정권과 김대중정권 때 몇 언론사를 상대로 세무조사를 실시하고 신문고시를 부활하는 등 언론개혁을 단행했지만 모두 실패로 돌아가고 말았다. 정부가 언론개혁의 ‘언’자만 꺼내도 언론사들이 곧 언론탄압이라고 반발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제 머리 못 깎는 중처럼 앞으로 언론 스스로 광고 문제를 해결하라고 하기는 힘들 것이다. 그렇다고 다른 세력에 의지를 하자니 언론탄압 시비에 휘말릴 수 있다. 어쩌면 우리 사회는 언론과 자본 사이의 딜레마에 빠져 있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렇다고 언론개혁의지를 굽혀서는 안된다. 다른 분야를 개혁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우리 사회가 언론을 개혁하는 데 역량을 집중하는 것은 그래서 힘들면서도 중요한 일이다. 사회의 거울이라고 하는 언론을 개혁하지 않으면 그 어떤 개혁도 성공할 수 없을 것이다. 原 1558자
2003년 8월 29일 작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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