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조의 경영참여 허용하되 책임을 지도록/논술
노조의 경영참여를 두고 재계와 노동계가 날카롭게 대립하고 있다. 특히 얼마전 타결된 현대자동차 임단협 협상 결과를 놓고 양측이 팽팽하게 맞서고 있는 실정이다. 재계는 경영권은 노동자들이 노동권을 보장받는 것과 마찬가지로 존중받아야할 경영인의 전문적이고 고유한 권리이므로 노조가 경영에 간섭하게 해서는 안된다고 주장한다. 반면에 노동계는 노조의 경영참여만이 기업 경영의 투명성을 높이고 기업 경영에 실질적인 도움을 줄 수 있는 조치라고 입을 모은다. 더구나 이 문제를 바라보는 정부 내 시각도 여러가지여서 혼란을 더하고 있다. 현대자동차 타협안이 나오기 전, 청와대 이정우 정책실장은 네덜란드식 노사모델처럼 노조가 경영에 참여하는 노사협력문화를 만들어가야 한다고 말했는가 하면 권기홍 노동부 장관은 어제 발표한 노동법 로드맵에서 노조의 경영참여를 제한하는 방향으로 앞으로의 갈 길을 제시하기도 했다.
노조가 기업 경영에 참여할 경우 이익추구라는 기업경영의 본질이 흔들릴 것이라는 재계의 우려는 충분히 공감이 간다. 매 순간 재빠르게 판단을 내려야 하는 경영상황에서는 오랜 시간이 걸리는 노조와 합의과정을 거치는 것보다 전문성 있고 노련한 경영자의 판단이 훨씬 더 합리적일 가능성이 많다. 더구나 외국 투자자나 외국 기업인들이 지적하는 것처럼 전투적 성향의 우리나라 노조가 기업 경영에 간여할 경우 그 여파는 심각할 것으로 예상된다. 가뜩이나 노사갈등이 불거져 나오고 있는데 지금보다 훨씬 많은 갈등상황이 펼쳐질 것이고 이는 곧 우리나라의 전체 경제에도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다른 한편으로 생각해보면 노조의 경영참여가 마냥 나쁘기만 한 것은 아니다. 노조가 기업경영에 참여함으로써 과거 우리 기업의 문제점으로 지적되던 기업 소유주의 독단을 견제한다면, 그래서 기업 경영의 합리적 과정을 확보할 수 있다면 노조의 경영참여는 긍정되고도 남음이 있을 것이다. 기업 경영을 투명하게 하고 예측가능하게 하는 것이 기업의 경쟁력과 국가 신인도를 높일 수 있을 것이라는 외국투자자들의 충고는 그래서 의미심장하다. 이와 더불어 노조와 사용자가 함께 머리를 맞대는 장이 확대될수록 서로에 대한 신뢰가 쌓여 노사갈등이 줄어들 지도 모를 일이다.
문제는 노조로 하여금 어느 선까지 기업 경영을 허용할 것인가다. 노조가 경영에 참여하는 방법에는 우리사주제도로 대표되는 자본참여, 성과배분제의 성과참여, 이사회 참가 형태의 의사참여 등이 있는데 앞의 두 형태인 자본참여와 성과참여는 이미 광범위하게 실시되고 있는 실정이다. 지금 논란이 되고 있는 의사참여에서 어느 정도까지 허용할 것인가의 문제 역시 부분 역시 법과 법원의 판결에 의해 어느 정도 인정되고 있는 추세다. 근참법(근로자의 경영참여에 관한 법)은 노동자의 의사참여를 어느 정도 보장하고 있고 법원 역시 노동자의 생계와 작업환경에 영향을 줄 수 있는 경영판단에 참여할 수 있다는 판결을 내린 바 있다. 요컨대 기업이 창업주나 경영인의 혼자 힘으로 운영되는 시대는 아니라는 말이다.
그러나 간과하지 말아야 할 것은 여전히 노조가 전적으로 간여하기 힘든 경영적 판단이 존재한다는 현실이다. 노사합의에 의해 경영에 참여하는 노조는 이 사실을 인정해야 한다. 아울러 노조가 간여한 경영판단이 초래한 결과에 대해서는 노조가 책임을 지는 자세가 필요하다. 노조가 권리에 부여된 만큼의 책임을 질 수 있는 것인가의 문제는 노조의 경영참여를 정당화하고 그 범위를 확대할 수 있는 근거가 된다. 참여가 화두인 요즘, 노조의 경영참여가 어떤 결과를 불러올 것인지 관심있게 지켜볼 일이다. 原 1772자 2003년 9월 5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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