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유니버시아드대회를 보며/논술
내일이면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대구 유니버시아드 대회도 끝난다. 대회역사상 가장 많은 나라가 참가하고 지난 부산 아시안 게임에 이어 북한이 응원단과 선수단을 보내 와 여러 면에서 뜻깊은 행사가 됐다. 내일까지 별다른 사고가 없다면 대회는 성공적이라는 평가를 받게될 것이다. 그러나 대회 도중 일부 보수단체들이 시위를 거듭하고 이에 북한측이 항의하면서 자칫 대회가 파행으로 치달을 수도 있었다는 사실은 참으로 안타깝다. 설사 그것이 해프닝에 그친 것이라 하더라도 이번 갈등사태는 남북이 여전히 대치하고 있고 남한 내에서 이를 바라보는 다른 시각이 여전함을 뼈저리게 느끼게 해주었다.
인공기 소각집회와 반핵, 반김 기자회견을 주도한 일부 보수단체의 주장대로 대회가 벌어진 곳은 집회, 시위의 자유와 사상의 다양성이 보장되는 자유민주주의 국가, 대한민국이다. 로마에 가면 로마법을 따르라는 말을 들지 않더라도 북한 선수단은 다른 나라에 온 손님인 이상 우리나라의 법과 정서를 존중했어야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 사태를 일으킨 보수단체들의 책임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정치색을 배제한 스포츠행사에 정치적으로 북한 선수단을 자극할만한 행사를 기획한 책임은 보수단체에 있다는 말이다. 보수단체들이 늘 물고 늘어지는 사상의 다양성을 존중하라는 문제 역시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자기 주장을 인정받겠다는 일방적인 생각만으로는 소위 민주주의적 다양성을 설명할 수 없다. 민주주의적 다양성은 역지사지를 근본이념으로 한다. 자기들 주장을 북한 선수단이 이해하지 못한다고 해서 다양성을 마치 전가의 보도인 양 그들을 비판하는 것은 자가당착이 아닐 수 없다. 다른 체제, 다른 사상까지도 인정하는 것이야말로 민주주의적 다양성의 핵심이다. “나는 당신의 의견에 반대한다. 그러나 나는 당신이 당신 의견을 피력할 수 있게 하는 데 내 목숨을 바치겠다.”는 볼테르의 말을 되새겨 본다.
북한 선수단과 응원단을 마냥 옹호하려는 것이 아니다. 비에 김정일의 사진이 젖는다며 울부짖은 그들의 행동을 보면 우리의 정서와 맞지 않는, 이해할 수 없는 부분이 있었다. 하지만 아무리 이해할 수 없다 하더라도 그들은 우리에게 특별한 의미를 지는 손님이다. 군사대치상황과 최근의 북핵위기 상황이 간단치 않은데도 불구하고 민간교류의 장으로 나온 그들이다. 어려운 길을 온 그들을 마음 편히 있다 가게 해 주는 통일이라는 거창한 주장이 아니더라도 그들에게 베풀어 줄 수 있는 최소한의 배려가 아닌가. 原
1212자
2003년 8월 30일 작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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