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개혁/논술
방송은 우리 시대의 중요한 화두다.일반 국민들은 물론 정치인들에게 방송은 관심의 대상이기도 하면서 이해(利害)가 얽히는 싸움의 장으로서 기능한다. 방송 프로그램의 수준을 논하고 뉴스의 공정성과 객관성이 시비의 도마에 오르는 현상을 통해 우리는 방송과 우리가 떼내기 힘든 관계를 맺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몇해전부터 도입되기 시작한 케이블 방송, 디지털 방송, 위성 방송 등 방송은 이제 그 외연을 넓히고 있고 우리가 방송과 맺는 관계의 망 역시 더욱 복잡하게 얽힐 가능성이 많아졌다. 이와 더불어 방송개혁과 방송미래를 둘러싼 논의도 그 어느 때보다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
힘이 강해질수록 그 힘을 얻고자 하는 욕망 역시 비례적으로 강해지는 것은 방송의 영역에서도 마찬가지인 듯하다. 수천년에 달하는 인류 역사에서 방송이 등장한 지 이제 겨우 백년이 채 안됐음에도 불구하고 오늘날 방송이 갖는 영향력은 실로 막강하다고 할 수 있다. 그동안 신문이 누려왔던 의제설정기능을 이제는 방송이 접수하고 있고, 디지털, 위성방송을 통해 그 막강한 힘을 더 넓게 행사하려하고 있다. 이에 발맞춰 광고주로 대표되는 상업권력과 국회, 혹은 정부로 대표되는 정치권력은 방송을 자기 소유로 하려는 속내를 감추지 않는다. 권력의 이러한 쟁탈전에 손해를 보는 것은 역시 우리 국민들이다.
이러한 시점에서 방송을 민영화하려는 움직임이 대안으로 대두되고 있다. 방송을 권력의 입맛대로 다루고자 했던 그간의 관성에서 탈피하자는 취지다. 공영성이 필요한 채널만 남기고 나머지 채널들을 민영화해 방송시장의 정상화를 꾀하자는 이같은 주장은 분명 일리가 있다. 그것은 그간 방송이 사회의 공기(公器)라는 자신의 임무를 책임있게 보여주지 못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방송의 문제점을 민영화로만 해결하겠다는 시각이 능사는 아니다. 왜냐하면 방송의 민영화가 정치권력으로부터의 해방을 방송에게 안겨줄 수 있는 지는 모르지만 기업권력, 상업권력으로부터의 자유까지 담보해 줄 수 있는 지는 미지수기 때문이다. 광고주를 위한 각 방송사간의 시청률전쟁은 이러한 우려가 기우게 그치지 않을 것임을 시사해준다.
방송개혁은 필요하다. 하지만 방송의 민영화가 방송개혁을 저절로 시켜줄 것이라고 믿는다면 이는 오산이다. 오히려 그보다는 정치권력과 기업권력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도록 법과 제도를 재정비하는 것이 보다 급선무라고 하겠다. 한편 현재 방송개혁 차원에서 논의가 진행중인 신문, 방송사간의 겸영 허용 추진은 오히려 방송개혁의 후퇴를 가져올 수 있다는 점에서 경계해야 마땅하다. 요컨대 방송개혁의 핵심은 언론 그 자체를 권력화, 집중화하는 것이 아니라 모든 권력으로부터의 자유로 그 방향이 설정돼야한다는 말이다.
2003년 7월 10일 작성 1316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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