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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다/수상2(隨想二)

우리 사회의 갈등조정방식에 대하여(최근의 파업사태를 중심으로)/논술

by K기자 2013. 3. 25.

우리 사회의 갈등조정방식에 대하여(최근의 파업사태를 중심으로)/논술

갈등(葛藤)은 오늘날 우리 사회를 가장 핵심적으로 설명해주는 키워드다. 남북분단현실과 지역감정이 우리 민족에게 원죄(原罪)처럼 작용하는 갈등이라면, 각종 이권, 이득을 벌어지고 벌어지는 노동쟁의 등의 분규는 끊임없이 발생, 소멸하는 갈등이다. 최근들어 이같은 사회갈등은 더더욱 증가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하투(夏鬪)라 불리는 노동계의 총파업이 줄줄이 예고돼 있고 농민들은 한, 칠레간 FTA 무효를 외친다. 아직도 계속중인 NEIS 실시를 둘러싼 교육계의 갈등은 우리 사회의 갈등이 어떤 모습인가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다. 

이처럼 우리 사회 도처에서 일어나는 갈등은 사회구성원들에게 불안감을 안겨주지만 동시에 그것은 ‘갈등’을 발음할 때 생기는 탱탱한 긴장감만큼이나 그 사회가 내뿜는 에너지가 있다는 사실을 증명해주기도 한다. 분규와 갈등 없는 사회는 어느 일방의 혹은 소수의 권력자가 불만의 통로를 막아버렸을 가능성이 큰 사회이기 때문이다. 민주주의가 발달된 선진사회는 단순히 갈등없는 사회가 아니다. 그것은 갈등을 잘 수습할 줄 아는 사회다. 오히려 선진 사회일수록 개인과 집단의 목소리는 더욱 다양하고 격렬하다. 문제는 그 갈등하는 과정에서 뿜어져 나온 에너지를 어떻게 잘 승화시켜 내는가다.

그렇다면 갈등해소는 어떤 방식으로 이루어야 하는가. 그 해답은 갈등의 역사만큼이나 오래됐으면서 이제는 진부하기까지한 ‘역지사지’(易地思之)라는 말에서 찾아야 한다. 상대적으로 힘이 센 사용자가 노동자 개인이 느끼는 해고불안감을 느끼지 못한다면 협상이 설 자리가 없다. 근래 들어 그 힘이 커진 노조 역시 사용자의 경영고충을 이해하지 못한다면 역시 타협은 없는 것이다. 이처럼 서로가 서로에게 존립 근거를 둔 상황에서 극단적인 자기 주장만 하는 것은 결국 자기를 부정하는 결과를 낳게 된다. 서양의 WIN-WIN 전략은 서로의 이익만을 추구하는 과정에서 나온 개념으로 이익이 없어질 때 무너져 내리는 약점을 안고 있다. 이에 반해 우리의 좋은 전통인 상생(相生), 서로를 살리는 정신은 현재 우리가 앓고 있는 갈등, 몸살을 잘 해결해 줄 수 있는 전통이요, 가치관이다.

현재 진행되고 있는 각종 사회갈등의 해결을 위해 정부 차원의 ‘갈등해소위원회’를 설립할 것을 제안한다. 갈등해소위원회는 노사정위원회가 IMF위기를 슬기롭게 넘기게 해줬던 것처럼 우리 민족의 상생의 전통을 살려 제(諸) 갈등을 해소, 승화시킬 수 있을 것이다. 갈등은 당사자끼리 해소하는 것이 제일이지만, 냉철한 자기 응시가 힘든 우리 사회의 갈등의 속성을 고려한다면 제3자가 개입하는 것은 가히 시급한 일이라고 안 할 수가 없다. 原

2003년 6월 23일 월요일 작성 1300자(59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