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미를 다시 생각한다(논술)
지난 3일은 미군 장갑차에 치어 죽은 여중생 사건이 발생한 지 1년이 되는 날이다. 이날, 전국 곳곳에서 여중생을 추모하는 집회가 열렸고, 이제는 반미시위의 상징이 돼버린 촛불시위 또한 치러졌다. 가히 폭발적이라 부를만했던 작년의 반미 분위기와 다르게 우리 국민의 반미정서는 다소 누그러진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여중생 장갑차 사망사건을 계기로 국민들은 미국이 마냥 고맙기만 한 ‘은혜의 나라’가 아니라는 사실을 알아버렸다. 여중생 사망사건이 일어난 지 1년이 지난 지금, 우리는 미국을 어떻게 바라봐야하는가의 물음에 답해야 한다.
지난해 우리 국민들의 반미정서를 평화적 방법으로 승화시켜냈던 촛불시위의 가장 큰 성과는 한미주둔군지위협정(SOFA)이 얼마나 불평등한 지를 국민에게 알렸다는 점에 있다. 부시 미대통령이 사과의 뜻을 전했고, 주한미군 병사들이 여중생 추모예배를 올렸다는 소식을 접하면서도 국민들은 반미감정을 접지 않았다. SOFA가 개정되지 않는 한 이러한 조처들이 다른 범죄를 막지 못할 것이라는 불안감 때문이다. 작년과 같은 폭발적인 기세는 아니더라도 우리 국민들의 이같은 반미정서는 쉬이 없어지지는 않을 듯 하다.
그렇다고는 해도 반미정서가 강화되는 것은 우리 스스로를 위해 바람직하지 않다. 국제정서나 역학구도를 따져보면 미국에 대한 미움은 부메랑이 되어 우리를 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얼마전 미국방부는 휴전선 최전방에 배치돼 있던 자국 2사단을 한강 이남으로 이전하겠다고 발표했다. 자국인의 생명보호를 최우선으로 하는 미국의 정서를 고려할 때 북핵시설 선제공격을 하기 위한 정지작업이 아니냐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대량살상무기 제거를 천명한 미국의 대이라크 전재의 경우를 보더라도 있을 수 있는 시나리오라 하겠다. 미2사단은 우리의 반미, 혹은 주한미군 철수 요구로 이전하겠다고 했지만 만에 하나라도 미군 재배치가 전쟁으로 이어진다면 주한미군 철수 요구는 전쟁의 빌미가 되고도 남는다.
미군감축, 혹은 미군 철수는 안된다. 북한군의 남치이 지난날 애치슨 선언으로 인한 미군의 공백상태를 틈타 이뤄진 것이라는 사실을 누구보다도 우리가 잘 안다. 하물며 미군을 제외한 우리의 군사력은 자주국방, 전쟁억지를 외치기에 턱없이 부족한 실정이다. 그동안의 반미정서 혹은 반미시위가 미군철수 요구로 이어진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그 둘의 관계가 필연적인 것이 아님 또한 사실이다. 국무총리를 비롯한 사회 각계 인사들이 반미자제를 호소하는 것도 이러한 맥락에서다. ‘대책없는 증오’로부터 벗어난 ‘냉철한 판단’이 필요한 때다. 原
2003년 6월 17일 작성 (1250자, 5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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