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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다/수상1(隨想一)

<SARS, 제노포비아(이방인혐오)의 추억> 2020.1.30

by K기자 2020. 12. 8.

 

지금으로부터 17년전 이탈리아 한달 여행을 하던 때 일이다. 캐나다 방문학생 프로그램을 끝내고 독일 프랑크푸르트-> 스위스 바젤 -> 이탈리아 밀라노로 기차여행을 하던 때였다.

스위스 바젤역이었다. 제노포비아 비스무리한 거를 맞닥뜨린 게. 환승을 기다리다 기차가 연착되는 과정에서 손에 쥐게 된 스위스프랑을 모두 다 쓰는 과정에서 생수를 어쩔 수 없이 사게 됐다. (자세한 과정은 링크한 블로그 참조 https://panicanic.tistory.com/153?category=411549)

그런데 이 생수가 당시 나로서는 듣도보도 못한 탄산생수였다. 난생 처음 먹게 된 탄산수가 목구멍으로 돌진해 들어갔고 그러다 급사레가 들게 됐고 숨이 막힌 나는 사진의 저 무거운 배낭을 멘 채 바젤역 플랫폼에서 그대로 뒤로 나자빠지고 말았다. 사람들이 쓰러지는 그 때의 내 모습을 봤다면 요새 유투브에서 나오는 '픽픽' 쓰러진다는 우한시민들의 딱 그모습이었을 것이다.

누가 등만 토닥여줬어도 아니, 누가 내가 메고 있던 저 배낭만 풀어줬어도 툭툭 털고 일어날 수 있었으련만 스위스 바젤시민 어느 누구도 나를 도와주지 않았다. 숨이 막혀 헥헥대다 '아 이렇게 죽을 수도 있구나' 공포를 느끼기도 했던 것 같다.

어찌 어찌 혼자 힘으로 겨우 배낭을 풀고 일어났을 때 내 주변엔 아무도 없었다. 퇴근시간이어서 우리로 치자면 2호선 당산역 정도로 붐비던 바젤역이었는데 아무도 없었다. 당시 유행한 아시아에서 유행중이던 급성호흡기 증후군, 사스(sars) 때문이었으리라고 생각했다. 제노포비아(이방인 혐오)였을까. 혐오까지는 아니었더라도 무서웠겠지. 내가 그들이라도 그랬을 것 같다고 생각했다.

그래도 스위스 바젤시민들의 오해가 이해는 됐지만 서러운 마음까지는 어쩔 수 없었다. 요즘 중국인들을 보며 17년 전 그 때가 생각난다.

중국 우한시민들 그저 힘내라는 말밖에.

#加油武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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