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3 May 12th, Mon. 여행 14일째(플로렌스->시에나)
1. 로마에서 묵을 민박집을 예약하다. 하룻밤에 식사까지 18유로는 괜찮은 가격이다. 지금 시각 오전 10시 50분. 구찌 매장 앞에서 문이 열리기를 기다리고 있다. 아무리 생각해봐도 일주일동안 아무 탈없이 이놈을 가지고 다닐 자신이 없다. 차라리 로마에서 떠나기 전에 사리라 결심을 했다. 가죽으로 유명한 플로렌스에서 구입했다는 프리미엄을 포기하는 것이 아쉽긴 하지만 구찌 정도라면 어느 매장이건 일정 정도의 동질성이 있겠거니 생각을 했다. 시에나로 떠나기 전 환불을받고저 여기에 왔다.
이탈리아에 가면 많이 볼 수 있는 것 세가지. 담배 피우는 사람들, 아이스크림 먹는 사람들. 그리고 키스하는 사람들. ㅋㅋㅋ |
2. 르네상스가 문예부흥, 인간중심 정신의 발현이 되는 이유는 무엇인가. 미술품, 문화재 등에서 찾아 본 이유는 다음과 같다. 첫째, 기독교가 세계 종교가 되기 전 고대 로마 문명으로의 복고(復古)이기 때문이다. 물론 당시에도 신의 개념이 존재하긴 했지만 중세시대처럼 유일신, 절대신을 숭배하지는 않았다. 고대 로마 신화를 토대로 한 조각품 등의 예술품이 그 증거다.
<플로렌스 단테 성당>
둘째, 인물, 동물, 사물 등의 묘사가 무척이나 구체적이고 사실적이다. 중세의 기독교 중심의 그림, 조각들은 당 시대의 인간의 모습과는 동떨어진 그러면서도 천편일률적인 것이었다면 르네상스의 그것들은 오늘날 그것을 보는 사람들의 모습과 무척 닮아 있다. 이것은 신 본위 시대 정신이 인간 중심의 시대 정신으로 바뀐 것을 의미한다.
셋째, 인간의 묘사가 무척이나 적나라하다. 중세시대 예술품에 비친 인간의 모습은 신에 비해 하찮은 존재로 그려져 있으면서도 무척 절제된 모습들 일색이다. 그러나 르네상스 시대의 작품들을 들여다 보면 성기 같은 인간의 치부가 적나라하게 묘사돼 있다. 중세라는 낡은 틀과 권위를 벗어 제끼고자 하는 당시대인들의 치열함과 고민이 엿보이는 부분이다.
3. 젠장, 열한시가 삼십분이 지났건만 매장은 문을 열지 않는다. 창을 들여다 보다 개장 시간표를 발견했다. 월요일은 오후 세시부터 문을 연댄다. 이 가방을 들고 다니기에는 너무 부담스러운데 어쩌지. 지금은 역 근처 버스 터미널에 와 있다. 앞으로의 여행에 극도의 긴장이 요구된다. Red Alert!!!
4. 시에나에 도착하다. 유스호스텔에 짐을 풀어놓고 시내구경을 나왔다.
<시에나 일 캄포 광장에서>
다행히 2인 1실의 전망 좋은 방을 배정받았다. 같이 방을 쓰는 멕시코인 하비에르(Javier)는 심리학과 의사란다. 가방이 좀 걱정되긴 하지만 그는 믿을만한 사람이겠기에 간편한 복장으로 길을 나섰다. 시에나에서 가장 유명하다는 일 캄포(Il Campo) 광장에 왔다.
<일캄포 광장에서 만난 독서하는 이탈리아 남자>
<일 캄포 광장에서는 누구나 저렇게 누워 있어야 한다>
5. 피자와 과일로 저녁을 간단히 해결하고 일 캄포 광장에 앉아 있으니 이보다 더 좋을 순 없다.
<일 캄포 광장에서 만난 동상과 키스하는 비둘기>
피사의 사탑도 그렇고 밀라노의 대성당도 그렇고 베니스의 산 마르코 광장도 그렇고 이 놈의 문화재들은 언제 그랬냐는 듯 조용히 건물 뒤에 숨어 있다가 짠~ 하고 나타나 사람을 놀래킨다.
일캄포 광장도 마찬가지다. 분수대에 있는 개 조형물과 키스하듯 물을 받아먹는 비둘기를 사진 찍고 광장에서 조금 쉬다가 이제 광장 뒷편에 위치한 두오모로 향한다. 그것은 또 어떤 모습으로 나를 놀래킬 것인가.
<일 캄포 광장의 멋진 첨탑>
5. '화려함의 극치'란 표현은 시에나의 성당을 위해 유보되어야 한다. 시원한 바람이 너무나 상쾌하다. 하늘의 구름은 일전에 학교에서 찍었던 계란탕 구름을 생각케 한다.
<시에나 두오모와 계란탕 구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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