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3 May 10th, Sat. 여행 12일째(플로렌스)
1. 아침을 느즈막히 해결하고 방을 나섰다. Catherine 말대로 창가 옆 침대에서 자는 일은 무모한 시도였다. 차소리가 어찌나 시끄럽던지... 게다가 도로가 좁아 차소리가 빠져 나가는 것이 아니고 거리를 하염없이 맴돌아 더욱 고통스러웠다. 그래도 운동하고 많이 걸어서인지 열두시가 좀 지나자 잠이 들었다. 근데 저 사자 진짜 피곤해보이지 않나? ^-^
<피곤한 사자>
2. 날씨는 흐리지만 돌아다니기엔 좋은 날씨다. 길거리에 숨겨진 폭탄이 너무나 많다. 비둘기똥(얘들은 왜 항상 집단으로 배설을 할까?), 개똥을 밟지 않으려면 항상 발밑을 신경써야 한다. 건물, 사람들, 경치를 보러 왔건만, 발밑을 집중해야한다니.. 이것 참 아이러니한 동네가 아닐 수 없다.
<플로렌스, 피렌체 거리 풍경>
3. 플로렌스 사람들은 참 친절하고 다정다감하다. 같은 관광도시인 베니스에서는 사람들이 참 야속했는데 여기는 그렇지 않다. 역사적인 자부심의 차이가 그렇게 만드는 것 같기도 하고...
<아말피 해안 가는 길에 만난 노인들>
4. Niccolo Machiavelli 는 여기서 어떤 정치적 영감을 받았던가. 지금 내가 보는 피렌체(플로렌스)의 모습은 그가 보던 모습이랑은 다르다. 세계대전때 폭격을 맞고, 마피아에 의해 테러를 당해 예전의 그 모습은 지금 찾기 힘들다. 으~~ 이 개똥 냄새의 역함!!
<플로렌스 마키아벨리 동상>
Everyone is kissing each other.
Everyone is smoking everywhere.
Everyone is eating Gelatto.
Everyone is bringing their doggy.
5. 우피지 미술관에 들어가기 위해 줄을 서고 있다. 레오나르도 다빈치, 니꼴로 마키아벨리, 미켈란젤로, 도나텔로, 아메리고 베스푸치... 이름만 들어도 가슴 떨리는 대가들의 전신상을 보니 눈이 휘둥그레해진다.
6. 박물관, 미술관에 있는 작품들을 보니 고대 로마와 르네상스에 걸친 이들의 힘의 근원을 어렴풋이 짐작할 듯 했다. 무척 사실적으로 표현된 입상의 얼굴 표정, 신의 근엄함이 아닌 인간의 희노애락이 더 높은 가치라는 미술가 , 철학자, 사상가들의 솔직함, 힘이 그렇게 만든 것이다.
<플로렌스 사람들>
7. 어디를 가든지 사람 살기는 매한가지인가보다. 우리는 서양인들의 질서정연함, 합리성, 예의바름을 본받아야한다고 칭찬하곤는 하지만 여기서 보는 그네들의 모습은 아니올시다이다. 아무데나 꽁초버리는 사람들(흡연권을 인정하겠다는 사실을 인정하더라도 이것은 너무 심하다), 애완견이 아무 데나 똥오줌을 누도록 내버려두는 주인들, 사진을 못 찍게 되어 있는 박물관 안에서 몰래 카메라를 들이미는 사람들, 물론 새치기는 기본이다.
<사진은 우피지 갤러리에서 관광객들을 통제하고 있는 이탈리아 경찰>
<사진설명: 피렌체 두오모 앞에서>
8. 세계의 패권은 과연 어디로 향할 것인가.
고대 로마(이탈리아)---> 영국, 스페인, 포르투갈 (식민지로 제패) --> 프랑스 (나폴레옹) --> 독일(1,2차 세계대전 ) --> 미국 (현재)
--> 중국, 유럽연합, 일본,... 한국?
9. 대작들을 직접 경험해 보니 황홀하기 그지 없다. 마리아와 아기예수, 그리고 예수의 다른 모습을 그린 작품들은 유럽 아니, 전 세계를 2000년 동안 지배해 온 종교의 상징이다. 내용은 비슷하지만 그것을 표현하는 기법이나 사실성에 있어 르네상스의 예술가들은 지역과 시대를 가로지르는 새로운 전형을 창출했다.
<우피지 미술관의 한 작품>
10. 혼자 다니는 것이 좋다하여 혼자 떠났건만, 막상 혼자 있는 시간이 많으니 한국에 있는 친구들, UBC 후배들, 가족들 생각이 많이 난다. 저녁을 허겁지겁 해치우고 나니 같이 방을 쓴느 녀석들이 들어온다.
<플로렌스에서 묵었던 유스호스텔 내부>
11. 영어는 비단 우리나라에서만 위력을 발휘하는 것은 아니다. 영어를 쓸 수 있는 사람은 여기에서도 그 대접이 다르다. 그것은 영어를 사용하는 이들도 잘 알고 있는 사실이다, 자신들이 사용하는 언어가 가진 힘을 알고서 이방인들을 대한다는 말이다. 비영어권 사람들을 대하는 영어권 사람들의 태도에서 그들 개개인의 인격을 짐작할 수 있다. 최소한 영어를 유창하게 못한다는 이유만으로 그들에게 꿀린다는 생각은 말자.
12. 세계를 두번씩이나 (고대로마, 르네상스 이후) 그것도 가장 오랜 기간동안, 들었다 놓았다 하는 에너지의 원동력은 무엇일까?
13. 모든 길은 로마로 통한다. 어디를 가든지 (아무리 작은 시골마을이라할지라도) VIA ROMA (로마행) 이라는 길은 꼭 있다. 여행에 필요한 것은 다름 아닌 상상력이다. VIA ROMA를 통해 이 마을의 2000년 전을 상상해 보는 것은 정해진 루트에서 느낄 수 없는 즐거움이다.
<이탈리아 어딜 가나 흔히 볼 수 있는 VIA ROMA 표지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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