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걷다/이탈리아

13일째 (2003.5.11.일)

by K기자 2013. 3. 25.

2003 May 11th, Sun. 여행 13일째(플로렌스)



1. 간밤에 모기 때문에 잠을 여러번 깼다. 창가에서 자자니 모기가 잠을 못자게 한다. 오늘 밤은 어디서 잘까. 그나마 오늘은 구름이 개 기분이 좋다. 딱딱한 소파에서 자서 그런지 머리가 아프다. 

2. 다비드(David) 상이 있는 아카데미아(Academia) 박물관 앞에서 줄을 서고 있다. 운이 좋았는지 내가 도착했을 땐 기다리는 사람이 얼마 안 됐는데 시간이 좀 지나자 단체여행객들이 깃발을 들고 우르르 몰려왔다. 이번 여행을 통해 얻은 노하우 중 하나는 비수기라도 명승지 관광을 수월하게 하기 위해서는 예약을 반드시 해야한다는 사실이다.

<플로렌스 아카데미아 박물관의 다비드상 앞에서>



3. 교과서에서나 보던 다비드상을 직접 대하니 감개무량하다. 여기 예술품을 보면서 느끼는 점은 예술품이 그 작품을 보는 사람들과 무척 닮아 있다는 사실이다. 그의 눈동자는 과연 르네상스의 精髓를 담고 있다. 

4. 베니스, 플로렌스가 중세와 르네상스 문화의 중심지라면 로마는 단연 고대 문화 유적의 보고(寶庫)다. Borgello 박물관의 문화재는 거개가 13-15세기 르네상스의 산물인데 시기적으로만 의미가 있을 뿐, 미적인 의미는 그다지 없다. 그보다 천년 전 우리나라 삼국에서 세공된 금은 세공품, 도자기, 조각품 등이 훨씬 화려하고 세련됐다는 사실은 무엇을 시사하는가.


<아카데미아 박물관에서>

5. 문화재의 내용은 거의 다 엇비슷하다. 십자가에 걸린 예수, 성모와 그녀가 안고 있는 아기예수(밤비노), 고대 로마 신화 이야기, 하지만 그것이 감탄을 자아내는 것은 그것을 빚어낸 인간의 능력이 깃들어 있기 때문이다. 그 능력을 신이 줬다고하면 할 말이 없다. 하지만 르네상스의 의미는 바로 거기서 찾아야 한다.

<사진설명: 소설 '냉정과 열정 사이'로 유명한 플로렌스의 두오모에 오르다. 날씨는 궂지만 이보다 더 좋을 수 없는 순간이다.>



<플로렌스의 한 건물에 붙은 깨진 조각>



6. 이탈리아가 가장 오랫동안 가장 크게 근대 세계의 형성에 영향을 끼쳤다는 내 생각은 옳다. 고대 로마가 정치적, 군사적, 경제적, 종교적, 문화적으로 세계를 천년 넘게 지배했고 르네상스의 이탈리아는 문화적, 사상적으로 근 오백년에 걸쳐 지금까지 세계를 지배하고 있으니 말이다.


<플로렌스에서 만난 조각상>

7. 가져 온 수첩 한 권을 벌써 다 썼다. 다른 것보다도 내가 여기서 찍은 사진들과 이 기록들은 현금보다도 소중한 것들이다. 결코 잃어서는 안될 것이다.

8. 큰 마음을 먹고 가방을 사다. Gucci의 큰 쇼핑백은 내가 항시 신경써야할 품목 중의 하나가 됐다.(복대, 지갑, 카메라, 배낭) 앞으로 일주일동안 저것을 어떻게 들고 다닐 지 난감하기 이를 데 없지만 선물을 받고 좋아할 모습을 생각하자.

9. 여기 와서 거의 하루도 안 빼놓고 술을 마신다. 특히 맥주 BECKS의 맛에 반해버렸는지 식사 때마다 빠지지 않는다. 담배도 많이 늘었다. 돌아가기 전에 끊자. 근데 저 놈들은 어딜 가든지 저렇게 책만 읽고 있다지? 인터넷도 안하나? 

<플로렌스에서 만난 올드&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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