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이기주의, 무조건 비난할 일인가/논술
최근 몇 달 동안 굵직한 국책사업 시행을 두고 나라 전체가 시끄럽다. 불과 십년 전만 하더라도 정부 의지로 대부분 관철됐을 사업들이지만 지금은 환경을 바라보는 우리의 생각이 옛날과 많이 달라졌기 때문인지 그렇게 호락호락하지만은 않은 실정이다. 더구나 공사강행 혹은 공사반대를 외치는 해당 지역주민들은 집단이기주의집단으로 매도당하기도 한다. 그러나 과연 정부나 환경단체의 주장대로 해당 지역주민들이 자기 지역의 이익을 챙기는 것을 나쁘다고만 할 수 있는가.
우리나라에서 일단 집단이기주의라 성격지어진 집단은 도덕적으로 치명상을 입는다. 방사성 핵폐기장 건설을 반대하고 있는 부안군민들이 그 대표적 예다. 원자력발전을 이용해 편리하게 생활을 할 때는 고맙다는 얘기도 하지 않으면서 이제와 자기 지역에 핵폐기장이 들어서는 것은 용납하지 못하겠다는 것은 부도덕하지 않느냐는 것이다. 그러나 바로 그런 얘기를 하는 사람들에게 지금 부안군 주민들이 맞닥뜨리고 있는 현실을 대입해보면 그들이라고 부안군민들과 다른 반응을 보일 수 있을지 의문이다. 즉, 어떤 집단을 혹은 지역주민을 집단이기주의, 지역이기주의로 비판하기 위해서는 자신에게도 똑같은 양심적으로 질문을 던져 솔직하게 답할 수 있어야 한다.
내가 사는 곳만큼은 혐오시설을 들어서지 못하게 하고 싶고, 이익이 나는 시설만을 끌어들이고 싶은 것이 사람 마음이다. 그러나 남는 문제는 혐오시설은 어디에든 들어서야 하고 이익시설은 그 수요만큼 충분하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그래서 나온 대안 중 하나가 혐오시설과 이익시설을 같이 주는 것이다. 혐오시설이 들어섬으로써 나오는 손해를 이익시설을 세움으로써 상쇄할 수 있다는 말이다. 그러나 이것 역시 문제가 간단하지 않다. 혐오시설이 주는 피해는 심리적, 간접적이지만 이익사업이 주는 기대는 물질적이요, 직접적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혐오시설은 어디에든 들어서야 한다. 우리 국민들이 사용하고 난 찌꺼기를 받아줄 나라도 없거니와 그것을 아무런 조치를 하지 않고 내버려둘 수는 더더욱 없기 때문이다. 이는 똥, 오줌이 더럽다고 집안에 화장실 없이 살 수 없는 것과 마찬가지다. 만약 정부가 이런 사정을 고백하고 혐오시설을 세우는 데 드는 정보를 깨끗하게 공개했다면 문제가 이렇게까지 힘들어지지 않았을 것이다.
새만금공사와 방사성 핵폐기장공사 논의가 이렇게 격렬해진 데는 과정이 투명하지 못한 탓이 크다. 새만금 같은 초대형 국책사업이 아무런 주민의견 수렴과정 없이 당시 대선후보 공약으로 결정됐는가 하면, 위도 방사성 핵폐기장을 세우기로 한 결정 역시 주민이 빠진 채 이뤄졌다. 더구나 사업들이 바로 그 지역에 시행될 수 밖에 없는지 여부도 객관적으로 검증받았을 지 의문이다. 이러한 사실을 모른 척 하고 해당지역 주민들을 지역이기주의집단으로 몰아가는 위험하기 짝이 없는 일이다. 당장 나와 직접적인 이해관계가 없다고 해서 강건너 불보듯하는 자세로 그들을 비판하는 것은 문제 해결에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 시간과 비용이 더 들겠지만, 이번 기회에 논란이 되는 모든 국책사업의 타당성을 다시 따져보고 올바른 과정으로 논의를 다시 시작할 것을 촉구한다. 1558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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