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전국노래자랑/논술
이번에 평양에서 치러진 KBS 전국노래자랑은 특별한 의의를 갖는다. 금강산 관광, 개성 경제 공단 조성등과 함께 민간교류의 외연을 넓혔다는 점에서 그렇고, 그 동안 남한만을 의미해왔던 전국노래자랑의 ‘전국’의 의미를 북한으로까지 확장했다는 점에서 더욱 특별하다. 게다가 이 프로그램의 진행자인 송 해 씨가 실향민이라는 사실은 보다 의미심장하다. 실향민이 사회를 맡은 남한의 대중프로그램이 분단 반세기를 에돌아 북한으로 들어갔다는 이 상징적인 행사는 지금까지 진행돼온 남북협력사업이 앞으로도 지속돼야 한다는 명분을 확인시켜주고도 남음이 있다.
이번에 치러진 남북전국노래자랑은 중요한 역사적 의미를 지니고 있지만 그 면면을 살펴보면 앞으로의 통일과정이 어려울 것이라는 사실 또한 말해 준다. 우선 이번 프로그램에서는 ‘땡’ 소리와 함께 머쓱하게 들어가곤 했던 탈락자들이 없었다. 노래실력을 검증 받은 북한 주민들만이 나와 노래를 부른 것이다. 출연자들에게 실망감을 주지 않기 위해서라지만 우리는 여기서 남북한 각 체제가 갖는 숙명적 다름을 볼 수 있었다. 출연자들 실력의 우열을 가리는 그간의 전국노래자랑이 남한의 자본주의체제와 그 특징을 같이 했다면, 당사자들의 실력우위를 상관하지 않았던 이번 남북전국노래자랑은 북한의 공산주의체제와 그 맥이 닿아 있다는 말이다. 아무리 정치색을 배제한 프로그램이라지만 이처럼 각 체제의 본질까지 모두 탈색할 수는 없었나 하는 생각이 들어 묘한 생각이 들었다.
지금까지 남한과 북한은 통일 이후 체제가 자기만의 체제여야 한다고 고집해왔다. 남한은 우월한 경제력을 앞세워 북한도 자본주의로 방향전환을 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여왔는가 하면, 북한은 북한대로 위협적인 군사력을 바탕으로 무력통일을 하려는 자신들의 속내를 감추지 않았다. 그러나 그간 남북대화를 이끌어내고 남북평화를 증진시켰던 일련의 사건들은 어느 한 체제의 일방적 독주에서 이뤄진 것들이 아니었다. 지난 1991년 이뤄진 남북한 UN동시가입이 그랬고, 이번에 성사된 KBS의 남북전국노래자랑이 그렇다. 이 같은 사실은 통일이 체제의 통일과 그다지 관련이 없을 것이라는 사실을 말해준다. 남북이 서로의 체제우월함을 선전하고 경쟁할 때 남북의 긴장감은 오히려 고조됐을 뿐이다.
올해는 정전협정이 체결된 지 50년이 되는 해다. 또 다른 50년을 정전상태로 보내지 않기 위해 아니, 최소한 지금 한반도에 드리워진 전쟁의 그늘을 걷어내기 위해서라도 남북이 평화체제를 구축하려는 노력은 그래서 중요하다. 어제 노대통령이 광복절 경축사에서 자주국방의지를 천명한 것은 평화협정을 맺기 위한 전제조건을 충족시키겠다는 의지를 보여줬다는 점에서 긍정적으로 평가할 만하다. 아울러 오는 27일 치러질 6자회담 역시 북핵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노력이 보인 결실이라는 점에서 우리에게 희망을 준다. 아직은 험난하고 통일까지 많은 고비가 있겠지만 최근 일련의 노력들이 남북의 평화체제를 정착시키는 데 도움이 되도록 우리 민족의 모든 역량을 집중시켜야 하겠다. 그런 이후에 남북전국노래자랑은 평양뿐 아니라 개성, 함흥, 신의주 등에서도 열리는 명실상부한 ‘전국’노래자랑이 열렸으면 하는 마음 간절하다. 1562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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