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핵 문제의 해법 /논술

북핵 문제의 해법 /논술

벼랑끝으로 치닫기만 하던 북핵문제가 다소 진정 기미를 보이고 있다. 북한이 다자회담 수용의사를 보였고 이에 화답이라도 하는 듯 미국도 북한에 체제보장을 해줄 수 있다는 뜻을 내비쳤다. 하지만 핵문제 해결을 두고 양측의 입장이 워낙 첨예하게 맞서는지라 핵문제 해결의 가능성을 속단할 수 없는 실정이다. 포괄적, 영구적인 해결을 바라는 미국과 상호적, 단계적 절차를 바라는 북한은 마치 서로 마주보고 달리는 폭주기관차를 연상케 한다.

북핵문제를 바라보는 우리의 속은 매우 쓰라리면서 또한 불안하다. 북한이 핵무기 개발에 성공할 경우, 우리가 그것의 가장 직접적이고 간단한 목표가 된다는 점에서 불안하고, 아울러 당사자라 할 수 있는 우리가 북핵 논의에서 자꾸만 소외도는 것만 같아 입맛이 쓰다. 여기에 지난 정권 시절, 북한에 몰래 돈을 줬다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북핵의 평화적 해결에 찬물을 끼얹는 것 같아 쓰린 속은 더욱 쓰라리기만 하다.

하지만 이렇게 난마처럼 얽힌 북핵정국을 풀어가는 우리 정부의 태도는 아무래도 미덥지가 않다. 외교 상대국이 바뀔 때마다 한 편에서는 대화 우선을 말하고, 다른 한 편에서는 대북 압박에 손을 들어주는 꼴이 신뢰를 주지 못하고 있다는 말이다. 혹자는 이같은 우리 정부의 태도를 ‘전략적 모호함’이라 명명하기도 한다. 우방국인 미국과 같은 민족인 북한 가운데서 일방적으로 어느 한 편만을 들지 못하는 현실에서 취할 수 있는 최선의 대안이라고 추켜세우기도 한다. 상황을 좀 더 지켜봐야겠지만 이번 정부의 여러 실정(失政)사례를 볼 때 ‘전략적 모호함’이 전략 차원에서 취해진 것이라기보다는 핵문제를 두고 어쩔 줄 몰라하는 데 기인한 것이 아닌가 하는 혐의가 더 큰 것이 사실이다.

지난 정권의 대북포용정책, 즉 햇볕 정책은 북한을 바라보는 입장이 또렷했다는 점에서 일단 평가할만하다. 비록 정상회담 뒷거래설과 북송자금의 핵개발 전용의혹 등으로 그 의의가 바래긴 했지만 국민의 정부의 뚜렷했던 대북관은 국제사회의 지지와 북한의 신뢰를 이끌어낸 성과를 이뤄냈다. 북한에 대한 뚜렷한 입장이 있었기에 미국으로 하여금 남한 정부를 외면한 강경일변도의 외교정책을 다소나마 누그러뜨릴 수 있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이에 비해 참여정부가 현재 취하고 있는 모호한 입장은 북한과 미국에게 현 상황을 오판할 수 있는 기회를 줄 수 있다는 점에서 위험하다고 할 수 있다. 북한은 국민의 정부 시절과 달라진 참여정부의 태도에서 섭섭함과 함께 고립감을 느낄 것이고, 미국은 더욱 더 자신 있게 대북 강경책을 구사할 수 있을 것이라는 말이다.

북핵 문제를 푸는 데 대화가 최고의 수단이라는 사실은 재론의 여지가 없다. 핵무기로 시위 중인 북한은 마치 긴장한 채 잔뜩 웅크리고 있는 고양이와 같아서 잘못 건드렸다가는 언제 그 발톱으로 그어댈지 모를 일이다. 이런 북한에게 선제공격을 하겠다는 위협을 가함으로써 그들의 양보를 얻어내려고 하는 시도는 무척이나 불안하면서 위험하다. 미국과 북한이 서로 자극만 가하는 지금의 상황에서 필요한 것은 서로를 안심시키는 일이다. 참여정부가 해야할 일은 북한에 대한 입장을 다시금 정리해 북한의 긴장을 풀어주는 일이다. 쥐도 궁지에 몰리면 도리어 덤빈다고 하지 않은가. 原 1557자

2003년 7월 25일 작성 62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