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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다/수상2(隨想二)

6.15 남북정상회담 3주년에 즈음하여(논술)

by K기자 2013. 3. 25.

6.15 남북정상회담 3주년에 즈음하여(논술)

오늘은 '6.15 남북정상회담'이 열린 지 3년 째 되는 날이다. 남북의 정상들이 만나 서로 손을 맞잡을 때 우리는 환호했고, 이산 가족들의 만남을 보면서 우리는 기쁨과 희망의 눈물을 흘렸다. 남북관계의 큰 획으로 역사에 길이 남을 진전이라 평가된 당시의 분위기로 볼 때 정상회담 이후의 남북관계는 '달라도 뭔가 다를 것'이라는 기대를 하게 했다. 하지만 '불과' 3년이 지난 오늘, 3년 전 오늘은 '불과'라는 수식어를 무색케 할 만큼 거리가 멀게 느껴진다.

노무현 대통령의 '공산당' 발언은 내용의 정당성 여부를 떠나 국내 여론의 큰 반발을 사고 있다. 어쩌면 북한에 대한 화해의 제스처로 읽힐 법도 하지만 이 같은 국민의 반발은 아직도 멀기만 한 남북의 심리적 거리를 상징하고도 남는다. 한편 3년전 정상회담을 이끌어낸 주역들이 대북 송금의혹으로 줄줄이 구속되는가 하면, 특검의 수사 화살표는 김대중 전대통령을 목표로 하고 있다. 국제 정세를 봐도 3년 전의 호의적인 분위기는 찾아보기 힘들다. 일본인 납치 문제로 악화된 일본의 대북여론은 '대화보다 압력'을 주문하고 있는가 하면, 이라크 전쟁의 자신감으로 충만한 미국은 대북 선제공격설을 피우고 있다.

오늘날 이같은 '냉각'의 책임은 누구보다도 북한에 있다. 그들이 체제 유지에 극도의 불안을 느끼고 있음은 수긍이 가지만 지난 몇 해 동안 남한 정부가 베푼 '호의'에 그들은 '성의'로 답했어야 옳았다. 남한 정부의 지원과 관용을 지지하던 남한 국민들이 이제는 하나둘씩 돌아서고 있다. 민족의 변심은 그 어떤 악재보다도 더 무서운 것임을 북한은 깨달아야 한다. 

지난 3년간 우리의 모습을 돌이켜 볼 때 문제점은 분명 존재한다. 우리 사회에 만연해 있는 대북관계 피로증이 그것이다. 이같은 피로증세는 젊은이들을 중심으로 퍼져가고 있는 대북 무관심으로 나타나는가 하면, 대북문제를 둘러싼 '남남갈등'으로 표출되기도 한다. 남북관계를 리드하기 위해서는 우선 우리 마음으로부터 우러나오는 자신감이 있어야 하는데도 우리는 아직도 자신감이 부족하다. 우리 체제, 남북관계를 풀어가는 방식에 믿음과 확신이 있다면 노대통령의 공산당 발언 쯤은 쉽게 극복할 수 있어야 한다는 말이다.

6.15 남북정상회담은 분단 50주년이라는 말이 주는 우울함을 대번에 상쇄시켜주었다. 하지만 지금은 혼탁한 국내정세와 미국의 군사 패권주의와 더불어 북한의 핵무기 개발사태 등을 볼 때 6.15 정상회담의 성과는 지지부진하게만 보인다. 그러나 정상회담이 성사된 지 불과 3년이 지난 지금 우리는 그 의의가 그 운명을 다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어제 이어진 경의선처럼 정상회담의 성과는 아직 진행중이며 그 역사적 책무를 다할 수 있으리라 믿는다. 6.15 정상회담이 '7.4 남북 공동성명' 같은 교과서 선언문으로 전락하지 않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2003년 6월 15일 작성 (54분 1500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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