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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다/수상2(隨想二)

스와핑(작문)

by K기자 2013. 3. 25.

스와핑(작문)


얼마 전 경찰이 적발한 부부스와핑 사건으로 온 나라가 들썩인다. 남편 몰래, 아내 몰래 피우는 바람도 이젠 더 이상 짜릿하지 못한 것일까. 원래 짜릿한 기분이란 들킬 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에서 비롯된 것이라는 생각도 바꿔야 할 판이다. 배우자가 다른 부부의 남편과 성관계를 맺는 대신 자신도 다른 이의 아내와 성관계를 가질 수 있다는 이 공평한 짜릿함은 도대체 어떻게 설명해야 하는 것일까. 올 상반기에 가장 많은 관객을 모았다는 영화 ‘바람난 가족’은 우리 사회의 가족과 부부관계의 어지러운 어긋남을 잘 그리고 있다는 평가를 받았다. 하지만 이 영화마저도 미처 감지해내지 못한 부부스와핑은 영화보다 앞선 세태로 사람들에게 충격을 주고 있다.

워낙 전례가 없는 사건이라 그런 것인지 아니면 다른 이유가 있는지 부부 스와핑으로 잡힌 이들의 죄목은 엉뚱하기 그지 없다. 노래만 부를 수 있는 노래방에서 노래방의 목적과 다른(?) 행위를 했기에 그나마 붙들 수 있었다는 것이 담당형사의 말이다. 만약 그들이 합법적인 장소에서 스와핑을 했다면 그들을 잡아들일 법적 근거가 없다는 설명이다. 부부가 서로 합의를 했으므로 배우자 배신행위인 간통죄가 성립이 안 된다는 당국의 설명대로라면 특별한 불법행위를 한 것이 없는 그들을 비난하는 우리들은 어쩌면 유난을 떨고 있는 것이 아닌지 모르겠다.

사실 남에게 특별히 해로운 일을 한 것도 아니고 그들이 서로 좋아서 한 일을 경찰이 다른 죄목을 일부러 찾아가면서까지 잡아들인 데는 어떤 목적의식 같은 것이 감지된다. 이른바 도덕불감증에 걸린 이 사회에 도덕 재무장을 하자는 얘기를 하고 싶은 게 아닌가 하고 말이다. 치안당국의 이러한 의도는 지금까지는 성공적으로 실현되고 있는 듯하다. 부부스와핑 현상은 우선 사람들의 폭발적 관심을 이끌어 냈고, 각종 만평의 주요 단골 소재로 쓰이고 있는가 하면 최근엔 취직시험 문제로까지 출제되고 있다고 한다.

하지만 이 같은 스와핑 담론의 확대 재생산 현상에는 치안당국의 의도를 넘어선 우리들의 왜곡된 심리적 기제가 작용하는 게 아닐까. 모두가 겉으로는 스와핑 범죄자들을 손가락질하면서도 한편으로는 배우자 이외의 사람과 성관계를 할 수 있는 대담함과 다른 이와 성관계하는 배우자를 받아들일 수 있는 너그러움을 부러워하고 있지나 않은가 하고 말이다. 내년 이맘 때쯤엔 스와핑을 소재로 한 ‘바람난 가족’ 2탄이 나올 지도 모르겠다. 제목은 ‘쿨한 가족’쯤이 좋겠다. 1196자 原


언론사 시험 준비하던 2003년 작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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