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게 대학 관련 부심이 하나 있다면 그건 당대의 유명한 선생님들과 같은 공간에 있었다는 사실이다.
정외과 최장집, 국문과 김인환, 불문과 황현산, 영문과 김우창 선생님의 수업들은 전공수업이 아닌데도 찾아가며 들었다. 과히 좋은 성적을 받지는 못했지만 개의치 않았다. 부심이 쌓일 뿐이었다.
그 중 황현산 선생님 수업은 들어야겠다고 생각만 했을 뿐 정작 한 번도 듣지 못했다. 그러다 졸업했고 멀리서 아름다운 그의 문장을 읽으며 감탄해왔는데 지난해 갑자기 돌아가셨다는 소식에 어찌나 황망하던지......
그러던 차에 유족들이 생전에 선생이 트위터에 @septour1 남긴 글을 모아 낸 책<내가 모르는 것이 참 많다>을 읽게 됐다. 파워트위터리안인 줄은 알았지만 이렇게 해학 넘치고 통찰력 깊은 글을 남긴 줄은 몰랐다. 트위터 글만으로 책을 꾸밀 수 있다는 사실도 신선한 발견이었다.
2015년 7월 25일에 남긴 '인간적 매력'에 대한 트윗은 특히 인상적이다.
정권교체 이후 2018년 나주 혁신도시에 있는 공공기관인 문화예술위원장으로 오시기도 해서 인사라도 드리고 싶었는데 지금 돌이켜보면 그 때 피웠던 게으름이 두고 두고 후회스럽다.
선생이라면 오늘날 조국 시국을 어떻게 보셨을 지가 궁금해지는 밤이다. 밤이 선생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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