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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다/방송과 기사

사회 집중취재 "갈 곳 없는 장애인시설"

by K기자 2012. 9. 3.

1645번째 리포트,  "갈 곳 없는 장애인시설"


<뉴스데스크>(DLP)갈 곳 없는 장애인시설 (리포트)
  [한신구] 방송일시 : 2012년 07월 25일    조회수 : 151
(앵커) 

주택가에 장애인시설이 들어서는 걸 두고 
주민과 시설측의 갈등의 골이 깊습니다. 

주민들은 다른 곳으로 가라는 입장이고 
장애인 시설측은 
현재 위치를 고수하겠다는 건데요. 

어떤 이유로 갈등을 빚고 있고 
대안은 없는 것인지 
김철원, 김인정, 두 기자가 차례로 보도합니다. 

(기자 DLP) 

여러분이 사는 곳에 장애인 시설이 들어온다면
어떤 생각이 드십니까? 

화면에서 보시는 것처럼 광주의 한 주택가 주민들은 요즘 현수막을 내걸고 구청에 탄원을 넣으며 장애인 시설이 들어오는 것을 결사 반대하고 있습니다. 

장애인 시설이 들어서면 집값이 떨어지고 아이들 교육에 악영향을 미친다는 건데요. 

직접 주민들의 말을 들어보시겠습니다.

(인터뷰)주민(장애인시설 반대)
"장애인 시설 들어오면 지금 현재 있는 집들도 원룸도 난리거든요. 있는 사람도 나가려고 하는데 누가 이 집을..."

(인터뷰)주민(장애인시설 반대)
"솔직히 지능이 떨어지고 한다면 애들하고도 어떤 일이 일어날 지 모르는 거잖아요. 그렇잖아요. 하다 못해 돌이라도 하나 던질 수 있고..."

장애인 시설측이 땅을 사들이고 공사를 시작하려 했지만 이처럼 주민 반대에 부딪치면서 지난 6월 초에 들어갔어야 할 공사가 지금껏 미뤄지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주민 거센 반발을 무릅쓰면서까지 장애인 보호시설을 지으려고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김인정 기자가 그 속사정을 들여다봤습니다.


(김인정 기자)

사랑모아 장애인보호시설.

갈 곳없는 18명의 장애인들이 낮 시간을 보내는 곳입니다. 

지난 2009년부터 건물을 임대해 자치단체에서 받는 보조금으로 근근히 운영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빌린 건물이다 보니 언제든 나가라면 나가야 하는 상황.

또 장애인이 이동하는데 불편한 경사로나 높은 턱도 손을 못대고 있습니다. 

(인터뷰) 왕종진 팀장/사랑모아 장애인주간보호센터
"우리 마음대로 수리를 못하는 게 좀..장애인들이 다니기에 불편한 곳이 많이 있는데.."

그래서 시설장이 집을 팔아 땅을 사고 대출을 받아 건물을 지을 돈을 마련했는데 주민들의 결사 반대에 부딪쳤습니다.

(스탠드업)
장애인 시설 건립에 주민 동의가 꼭 필요한 건 아닙니다. 하지만 주민들은 이곳은 절대 안된다며 다른 땅을 알아봐주겠다고까지 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다른 땅을 마련한다고 해도 그곳에서도주민 반대에 맞닥뜨릴 가능성이 큽니다.

(인터뷰)서미정/사랑모아 장애인주간보호센터장 
"장애인들은 정상적으로 이웃으로 살아갈 수 없는 존재인가? 꼭 이렇게 장애인 시설을 할 때 주민들의 동의나 절차상의 문제들을 항상 안고가야 하는건지." 

이 장애인 시설은 올해말까지 임대건물에 나가야 합니다.

건축이 계속 지연된다면 최악의 경우 길거리로 나앉아야 할 지도 모릅니다.

(인터뷰)김 00/장애인시설 이용 장애인
"어제 (센터에서) 소풍 갔다왔는데요. 재밌어요." 기자: (이곳에) 못 오면 어떠실 거 같아요? "안 되죠. 절대 안 되죠."

MBC 뉴스 김인정입니다. 

***

(김철원 기자)

광주에는 사랑모아 같은 장애인 주간보호센터가 17개가 있습니다. 

이들 가운데 절반인 8개가 임대 형태로 운영되고 있습니다. 

불안한 운영 형태도 문제지만 시민들의 막연한 불안감 혐오감 때문에 장애인들이 받고 있는 이중, 삼중의 상처는 더 큰 문제입니다.

그렇다고 주민들을 무작정 비난할 수도 없습니다. 

집값이 떨어진다, 아이들 교육에 안 좋다, 라는 막연한 불안감과 근거없는 선입견은 비단 이들 주민만이 아닌 우리 모두의 머리 속에 자리잡고 있는 생각일 지도 모르기 때문입니다. 

우리가 광주를 인권의 도시임을 자랑스럽게 얘기할 수 있는가에 여부는 '바로 내 집 옆에 장애인 시설이 들어와도 되느냐' 는 질문에 '그렇다'라고 자신있게 말할 수 있는 시민들이 얼마나 많은가에 달려 있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MBC 뉴스 김철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