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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다/수상1(隨想一)

<경찰, 관 속으로> 2019.7.23

by K기자 2020. 12. 6.

16년 중 13년을 사건기자로 지내면서 가장 많이 만났던 취재원은 당연하게도, 경찰관이었다. 새벽에 경찰서 형사과에 들어가면 형사들은 눈을 비비며 당직사건보고를 치고 있었다.

거기에는 간밤에 있었던 술먹고 서로 싸운 주취자들과 술먹고 돈없다며 버티다 입건된 무전취식자들 그리고 별 특징 없다던 변사자들의 기록이 정리되고 있었다. 항상 궁금했던 건 당직 근무 설 때마다 발생하는 변사 현장에 출동해 누군가의 죽음을 봐야 하고 시신을 들춰야 했던 그들의 심리상태였다.

"뭐, 이제 담담하지 뭐"

그럴 때 어땠냐고 물어보면 그네들은 거개가 이런 식의 답변을 돌려줬다. 살면서 누군가의 시신 한 번 보거나 만져볼 일 없는 사람들이 대부분인 세상에서 개인당 수십명의 시신을 직업 때문에 보거나 만져야 하는 경찰관들은 어떨까 오래 생각해왔다.

'말은 저렇게 하지만 속은 문드러졌겄지.'

'저 형사들은 다 구도자들일 것이다'

그러다 추천받아 읽은 '경찰관속으로' '경찰, 관 속으로'는 오랫동안 풀지 못했던 문제 하나를 풀어낸 느낌이다. 저 얇은 책을 읽으며 차오르던 눈물을 참았던 순간이 얼마나 많았는지 모른다.

인자 사건캡이라고 일선 경찰서 찾을 일도 없게 돼 인사를 드리지 못하는 처지가 됐지만 그래도 서의 형님들을 마음 속으로는 늘 존경해왔다는 고백을 슬며시 해보는 화요일 아침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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