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3 May 1st, Thu. 여행 3일째(밀라노->꼬모호수)
1. 매튜, 로라와 함께 밀라노 시내를 걸어다니다. 진지한 얼굴로 농담을 하는 매튜와 상냥하고 친절한 로라 덕분에 별 고생하지 않고 밀라노 시내의 주요 참고점을 모두 돌 수 있었다. 밀라노 대성당을 무척 보고 싶었는데 전면은 보수 공사를 하고 있는지 천으로 덮여 있었다. 밀라노 공작이 프랑스와 독일에 뒤지지 않는 성당을 짓기 위해 처음 시작한 것이라는데. 오늘 먹은 아이스크림(젤라또)과 사각 피자는 그런대로 맛있었다. 소문만큼, 생각만큼 굉장한 맛은 아니었다.
<밀라노에서 사 먹은 이탈리오 조각 피자, 생각만큼 굉장한 맛은 아니었다>
2. 어딜 가나 남녀가 키스하는 장면은 쉽게 볼 수 있다. 그것은 이방인인 매튜와 로라도 마찬가지다. 옆에 같이 다니는 나는 신경도 안 쓴다는 듯.
Matthias Behr msbehr@web.de Laura Kuhue Laura_cgn@hotmail.com
<독일인 연인인 매튜와 로라>
3. 오늘 하루 너무 많이 걸어다닌 탓일까. 발가락에 벌써 물집이 잡혀 있다. 짐이 너무 무거운 탓이리라. 지금은 Lakes Como 선착장 앞 벤치에 앉아 있다. 마나지오(Mannagio)로 가서 좀 쉬어야지. 디카 충전도 해야한다. 생각보다 돈이 많이 든다.
<꼬모 호수 선착장에서>
<매튜와 로라와 함께 스포르자성에서>
<로라 키가 훨씬 더 크다. --;>
5. 오늘 에피소드 중 하나, 매튜 로라와 함게 밀라노 시내에 있는 Sporza성에 가던 도중 아니나 다를까 설사가 동해왔다. 지하철로 달려 갔지만 오히려 화를 내는 승무원 덕분에 무안만 당하고 거리고 나왔다. 노동절이라 대부분의 상점이 문을 닫아 정말 죽고 싶은 기분이었다. 다행히 가게를 하나 찾아내 들어갔다. 고색창연한 건물 뒤로 세련된 실내가 감춰져 있다는 매튜의 말은 옳다. 수백년 전 세워진 건물, 집 하나 하나는 어느 것 하나 낮은 것이 없고 색깔은 무척 고풍스럽다. 그런 건물들 밑에 주차돼 있는 차들은 또 얼마나 멋있는가.
<이탈리아 어딜 가나 쉽게 볼 수 있었던 경차>
6. 호스텔(Ostello la primula) 에 도착해 저녁을 먹고 있다. 비행기에서 내린 후 처음으로 제대로 된 식사를 했다. 크림소스 파스타와 삶은 당근과 이름을 알 수 없는 야채 샐러드, 적포도주 그리고 과일 디저트까지...
<꼬모 호수에서 처음으로 제대로 된 식사를 했다>
오랜만에 느껴보는 포만감에 흐뭇하기 그지 없다. 주인장 이름이 Alexander 라고 했던가. 무척 사람좋아 보인다. 가족단위 손님들이 많다. 이들처럼 굳이 비싼 호텔을 고집할 필요가 없다. 이렇게 전망 좋고 음식 좋은 호스텔을 찾아 다니는 것이 훨씬 좋다. 게다가 이 호스텔은 다른 호스텔이 갖추지 못한 좋은 전망까지 갖추지 않았던가. 내가 먹은 저녁을 하나하나 사진으로 찍어두면서 내가 마치 열하일기를 남긴 연암 박지원이 된 기분이 든다.
<꼬모 호수의 숙소에서 주인장 알렉산더와 함께>
7. 혼자 다니다보니 여럿이 다닐 때와는 다르게 많은 사실들이 눈에 들어온다. 귀여운 애들을 보며 흐뭇해 할 수도 있고, 키스하는 연인들을 유심히 바라볼 수도 있다. 늙은이들조차 길거리에서 서로를 애무해주는 이나라 남자들에 비하면 우리나라 남자들은 애정표현에 있어서만큼은 세계 꼴지가 아닐까.
<꼬모호수에서 만난 귀여운 아가>
8. 드디어 잠잘 시간이다. 애리조나에서 온 탐(Thomas)은 정신병과 의사란다. 그는 불안하면 혼자서 휘파람을 부는 버릇이 있다. ^^ 그와 얘기를 나누다. 본토에서 온 미국인과 정치얘기를 나눠보기는 처음이다. 민주당원(Democrat)답게 부시를 경멸하는 그의 언급이 어찌나 반갑던지. 친퀘테르(cinque terre)에 있는 호스텔에 언제 도착할 지 결정을 하고 자야겠다.
9. 그 꼬모호수의 유스호스텔에서 만난 친구들과 저녁식사를 하면서 찍은 사진이다. 내 오른쪽에 있는 미국인 정신과 의사 Tom(손자까지 있는데 혼자서 여행을 다니는 노익장을 과시하고 있다). 그 옆으로 토론토 대학 간호학과생들 둘(이름이 ^^;;), 내 왼쪽에 있는 건장한 남성은 캐나다인 하키 코치, 그 옆에는 영국인 Val. 모두모두 친절하고 상냥하고 열정적인 진정한 의미의 코스모폴리탄들이었다.
<꼬모 호수 숙소에서 만난 숙박인들과 함께 저녁식사를>
10. 호스텔에 있는 내셔널 지오그래픽 잡지를 보다 이 사진을 보고 배꼽을 잡아버렸다. 이 시대의 진정한 영웅 봉남옹이 있질 않겠는가..ㅋㅋㅋ
'걷다 > 이탈리아' 카테고리의 다른 글
6일째 (2003.5.4.일) (0) | 2013.03.25 |
---|---|
5일째 (2003.5.3.토) (0) | 2013.03.25 |
4일째 (2003.5.2.금) (0) | 2013.03.25 |
2일째 (2003.4.30.수) (0) | 2013.03.25 |
1일째 (2003.4.29.화) (0) | 2013.03.2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