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18 특집 다큐 [두 개의 일기]가 방송통신심의위원회가 주관하는 '이달의 좋은 프로그램'상을 받았습니다. 방송사들에게 있어 방심위는 제재와 징계를 내리는 무서운 존재인데 그 기관으로부터 상을 받으니 기부니가 이상하기도 했습니다.
보통은 잘 공개하지 않는 프로그램 기획안인데 수상기념으로 공개합니다.
성원해주신 분들 모두 감사합니다.
광주MBC 5.18 38주년 특집 다큐멘터리 기획안
[두 개의 일기]- 윤상원과 전태일, 항쟁의 뿌리를 탐구하다
항쟁(抗爭). 싸워서 쟁취하다. 대한민국의 민주주의는 국민들이 싸워서 획득한 항쟁의 역사다. 2017년의 촛불항쟁을 비롯해 1987년의 6월항쟁, 1980년의 광주항쟁처럼 항쟁이라 불리는 사건 모두가 마찬가지다. 그런데 이 항쟁들은 별개의 사건이 아니고 서로 이어져 있다. 하나의 항쟁이 다른 항쟁에 영향을 미쳐 마치 다음 단계로 진화라도 하듯 발전해온 역사다.
본능(本能). 생명은 누구든 싸우는 것을 피하고 갈등을 마주하기 싫어한다. 하지만 싸우지 않고 앞으로 나아갈 수 없는 것 또한 세계의 진실이다. 인간의 역사는 안주 본능을 떨치고 일어난 개척의 역사다. 한국 민주주의도 마찬가지다. 모두 편함에 안주하고 싸움을 피하려 할 때 불의에 맞서 싸우는 이들이 있었기에 쟁취할 수 있었다. 다큐멘터리는 두려움을 물리치고 민주주의의 가치를 개척해온 정신의 뿌리가 어디서 비롯됐는지를 추적한다.
불굴(不屈). 도망가지 않았다 윤상원은. 시민군 157명이 지니고 있던 가난한 칼빈 소총으로 전남도청을 끝까지 지켰기에 광주와 5.18은 한국 민주주의의 등대로 자리할 수 있었다. 지는 게 당연해 보이던 싸움에서도 ‘역사에서의 승리’를 확신하면서 계엄군에 맞서 싸울 수 있었던 용기는 어디서 왔을까.
야학(夜學). 내가 아닌 우리의 성장을 위해 헌신했던 야학은 윤상원 정신의 정수(精髓)다. 윤상원은 1978년 남들이 부러워했던 서울 주택은행 행원 신분을 스스로 내려놓고 광주로 내려와 들불야학에 투신했다. 노동자들의 어려움을 직접 느끼겠다며 플라스틱 공장에 위장취업하기도 했다. 약자를 위한 삶, 나보다 우리를 위한 삶이 5.18의 시민군 대변인으로 계엄군의 막강한 화력에 맞서 끝까지 저항하게 했던 바탕이 됐다.
뿌리(始原). 약자들을 위해 불의에 맞서 싸우는 윤상원 정신은 어디에서 왔는가. 그가 죽기 10년 전 국민들의 눈물을 쏟게 만들었던 전태일이 있었다. ‘대학생 친구’한 명만 있으면 좋겠다던 전태일의 소원이 10년의 세월을 거쳐 노동자 윤상원의 삶을 바꿨다. 박정희-박근혜로 이어지는 박정희 체제 60년 역사에서 전태일이 1970년 최초의 균열을 냈다면 윤상원은 1980년에 좀 더 큰 파열구를 냈다. 이 두 사람의 싸움은 1987년의 6월항쟁과 2017년의 촛불항쟁으로 승화됐다. 박정희 체제 해체의 씨앗이 전태일과 윤상원에서 잉태된 셈이다.
일기(日記). 한국 민주주의의 두 상징적인 인물인 광주의 윤상원과 대구의 전태일은 이렇게 이어져 있다. 전태일과 윤상원은 각각 일기를 썼고 거기에는 누이를 사랑하고 약자들의 고통에 가슴아파하는 마음이 절절히 담겨 있다. 두 개의 일기를 통해 한국민주주의의 시원(始原)이 어디에 있는지를 탐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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