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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다/언론

BBC, "소득 3만달러를 넘어섰다는 선진국에서 시민이 굶어죽는 게 말이 되나?'

by K기자 2013. 3. 26.



BBC, "소득 3만달러를 넘어섰다는 선진국에서 시민이 굶어죽는 게 말이 되나?'


<KBS 故 조종옥 기자 블로그에서 퍼 온 글입니다.>



...(상략)


그런 고민이, 거창하게 일상과 동떨어져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매일 매일 뉴스를 만들고 사람을 만나고, 기사를 쓰는 우리의 업무 속에서, 함께 있어야 합니다. 내가 쓰는 기사가 어떤 공익적 가치가 있는 것일까? 이 속에 어떤 공익적 의미가 있는 것일까?

 

우리가 우스개 소리로 말하는 ‘사건전문기자’가 세계 공영방송의 모델인 ‘영국 BBC’에 실제로 있습니다. 굳이 통역하자면, 사회부 전문기자 정도됩니다만,

 

몇해전 런던에서 노숙자가 숨진 지 사나흘 만에 교외 지하철 역사 모퉁이에서 발견됐습니다. 우리 표현으로 하자면, 노숙자 변사 정도일텐데요. 흔해서 기사거리도 안될 것 같은 사건인데 Barnie Choudhury와 BBC 스코틀랜드의 피오나 갤리 폴리기자 같은 사건전문기자들이 집요하리 만큼 이 사건을 물고 늘어지더군요.



<BBC Barnie Choudhury 기자>


‘소득 3만달러를 넘어섰다는 선진국 영국에서, 시민이 굶어 죽는다는게 말이 되나’


‘2천년동안 외적을 막아온 끈끈한 영국 공동체가, 백주 대로에서 사람이 죽어있는데 사흘 동안 무관심했다는 건 공동체의 붕괴 아니냐?‘


‘6만명에 육박한다는 런던 경찰들은 다 어디에 있었나’


‘사회안전망법을 만든다고 공약했던 노동당은 무슨 말이라도 해봐라’

 

처음에는 ‘왜 저렇게 호들갑이야?’ 했지만 뉴스에서, 뉴스나이트(토론, 다큐 특집프로그램)에서 계속 이 문제를 제기하고 급기야 의회에서 이 문제를 다루기 시작하더니 노숙자들에게 훈련된 ‘맹인 안내견’을 한 마리씩 지급하도록 하는 정책이 마련되더군요. 개와 함께 지내면서 정서적 안정도 얻고, 긴급상황 때 주위에 도움도 청할 수 있도록 한다는 취진데, 아! 단순해 보이는 사건 속에서도 이렇게 의미를 찾아내고 대안을 모색하는 것이, 공영방송 뉴스의 지향점 아닐까, 한마디로 ‘충격’이었습니다.

 

(KBS 사건) 팀장님께서 말씀하시는 ‘공영방송 뉴스의 나아갈 길’이, 위의 사례와 맥락을 함께 한다고 감히 생각하고 있습니다. 팀장님께서 설정하고 계시는, 구상하고 계시는 방향이 옳다는 데 동의한다면, 사건기자 한 분, 한 분이 그 구상을 뉴스속에 실천하고 발현할 수 있도록 구체적인 노력을 기울이도록 합시다.


... (후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