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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다/수상3(受賞三)

2010.8 [영산강살리기사업, 이대로 좋은가] 238회 이달의 기자상 심사평가와 취재후기

by K기자 2018. 6. 25.

 238회 이달의 기자상 심사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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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38회 이달의 기자상 심사평

  • 고유번호 : 15357
  • 작성자 : 관리자
  • 작성일 : 2010-08-13 10:22:15
제238회 이달의 기자상 심사평

정필모 KBS 해설위원

몇 달째 흉작이다. 한 때 50편 안팎이었던 기자상 출품작이 최근 몇 달 사이 30여 편으로 줄었다. 6월(제238회)에는 모두 36편이 출품됐다. 기자들의 관심이 월드컵과 지방선거 등 굵직한 행사에 쏠린 탓도 있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최종 수상작으로 뽑힌 작품은 모두 8편이다. 출품된 작품이 적은 것 치고는 많이 선정된 편이다.

취재보도부문에는 모두 9편이 출품됐다. 그 가운데 경향신문 사회부의 ‘국무총리실 민간인 불법사찰 진상규명과 배후세력 추적 보도’와 한국일보 사회부의 ‘제2 조두순(김수철) 사건 연속 특종 보도’ 등 2편이 수상작으로 선정됐다. ‘국무총리실 민간인 불법사찰...보도’는 비록 야당 국회의원의 폭로로 불거진 사안이지만, 사찰 당사자를 직접 만나는 등 사실 확인을 통해 적극적으로 문제를 제기했다는 점이 높은 평가를 받았다. 이번에 제출된 다른 작품에 비해 파장이 컸던 것도 수상작으로 뽑히는 데 한몫을 했다. ‘제2 조두순(김수철) 사건...보도’는 경찰이 은폐하려고 했던 사건을 파헤쳐 학교 안까지 번진 어린이 대상 성범죄에 대한 경각심을 다시 한 번 일깨웠다는 점에서 수상작으로 선정됐다. 6월 취재보도부문에서 ‘천안함 사건’과 관련된 작품도 3편이나 출품됐다. 그러나 사건의 진상규명과 관련한 문제 제기에도 불구하고 최종 논의에 부쳐질 정도로 점수를 받은 작품이 없었다.

모두 4건이 출품된 경제보도부문에서는 매일경제 경제부의 ‘2010 한국 중산층 보고서’와 이데일리 산업1부의 ‘금호-비켠 이면계약 드러났다...시장 기만 의혹’이 최종 심사 대상에 들어갔다. 이 가운데 취재하기 어려운 내용을 잘 파헤쳐 정정공시를 이끌어냈다는 평가를 받은 ‘금호-비켠 이면계약...보도’가 수상작으로 선정됐다. 반면, ‘2010 한국 중산층 보고서’는 통계수치를 재해석해 중산층의 개념을 새롭게 정리했다는 좋은 평가에도 불구하고 의미 해석이 약하지 않았느냐는 지적이 있었다.

기획보도 신문·통신부문에서는 모두 3편이 출품돼 연합뉴스 특별취재팀의 ‘<검지세대> 6.2 지방선거 돌풍의 주역’이 최종 논의 대상에 올랐다. 하지만 정확한 근거를 찾는 데는 미흡한 점이 있었다는 지적을 받아 아쉽게도 수상작으로 뽑히지 못했다.

기획보도 방송부문에서는 6편의 출품작 가운데 최종 심사 대상에 들어간 MBC 보도제작3부의 ‘이유 있는 질식사’와 CBS 사회부의 ‘환경미화원 인권보고서’가 모두 수상작으로 선정됐다. ‘이유 있는 질식사’는 수출용과 내수용의 안전기준을 다르게 적용한 특정 제조업체의 부도덕성을 고발함으로써 일상 주변에서 일어날 수 있는 위험을 제대로 경고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환경미화원 인권보고서’는 라디오 매체의 한계에도 불구하고 환경미화원들이 처한 열악한 근무환경을 상세히 보도함으로써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공감을 이끌어낸 따뜻한 기사라는 평이 있었다. 반면, 한국전쟁 60주년과 관련해 모두 3편의 작품이 출품됐지만, 아쉽게도 최종 심사 대상에 들어갈 정도로 눈에 띄는 작품이 없었다.

지역취재보도부문에서는 4편이 출품돼 전남일보 정치지역부의 ‘전남교육청 간부들 당선자에 돈봉투 건넸다’와 충청타임스 사회부의 ‘문체부 법 개정 도출한 공군사관학교 불법 승마장 보도’, 그리고 광주 CBS 보도제작국의 ‘의원님 땅에 무슨 일이?’ 등이 최종 논의 대상에 올랐다. 그러나 보도 내용 또는 파장이 다소 약했다는 논란 끝에 아쉽게도 모두 수상작으로 선정되지 못했다.

지역기획 신문·통신부문에서는 3편 가운데 유일하게 최종 심사 대상에 오른 국제신문 사회1부의 ‘산복도로 리포트: 부산 원도심 재창조’가 수상작으로 뽑혔다. 이 작품은 특히 ‘발로 뛴 사람 냄새 나는 기사’라는 평가를 받았다.

역시 3편이 출품된 지역기획 방송부문에서는 광주 MBC 보도제작국의 ‘영산강 살리기사업, 이대로 좋은가’가 최종 수상작으로 선정됐다. 이 작품은 영산강 살리기사업의 실효성을 검증해봤을 뿐만 아니라 수질개선사업이라는 명분에도 불구하고 관련 예산이 극히 미미하다는 것을 제대로 지적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사진 2편과 그래픽 1편이 출품된 전문보도부문에서는 중앙일보 그래픽부문의 ‘한국전쟁 60주년 기획그래픽 <인천상륙작전>’이 수상작으로 뽑혔다. 이 그래픽은 방대한 자료를 찾아내고 관련 인물을 인터뷰해 구성한 작품으로 단순히 기사의 보조적인 수단이 아니라 그 자체로서도 뉴스성이 있다는 평가를 받았다.

요즘 들어 기자정신이 약해졌다거나 심지어는 저널리즘이 죽었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잦아지고 있다. 그렇다고 기자들이 과거에 비해 편해진 것도 아니다. 근무환경은 더욱 열악해졌다. 무더위에 심신이 지치기 쉬운 계절이지만, 다음에는 치열한 기자정신이 녹아든, 그리고 저널리즘의 본령에 충실한 작품들이 보다 많이 출품되기를 기대해 본다. 



취재후기



취재후기

(238회) ‘영산강 살리기 사업, 이대로 좋은가’/ 광주MBC


‘영산강 살리기 사업, 이대로 좋은가’


광주MBC 보도제작국 김철원 기자


지난 2월 영산강 사업 죽산보 공사현장 인근의 보리밭 15헥타르가 35밀리미터의 비에 침수된 적이 있었다. 속도전이 부른 해프닝성 사고였고 공사의 본질과도 관련성이 적었지만 시공업체는 이상하리만치 사력을 다해 보도를 막으려 했다. 공사 책임자는 기사 작성중인 기자에게 전화를 걸어 보도가 나가지 않게 해주면 큰 보답을 하겠다고 말했다. 경찰도 서울 뉴스데스크에 해당 보도가 나가는 지 여부를 확인하러 기자에게 전화를 해왔다. 개의치 않고 보도를 하긴 했지만 뭔가 개운치가 않았다. ‘왜 이렇게 민감하게 반응하고 덮으려고 할까?’ 이런 의문은 영산강 사업 취재를 자청하게 된 계기가 됐다.


그로부터 한 달 쯤 지났을까? 대한하천학회가 발표한 지하수 상승에 따른 침수피해 논란을 취재하던 때였다. 우리와 인터뷰를 마친 죽산보 인근에 산다는 주민은 신문과 방송에서 영산강사업을 왜 찾을 수 없냐고 물었다. 인터뷰한 것이 방송은 되는 것이냐며 의심도 했다. 신문방송에서 안 다뤄주니 비나 많이 와서 다 쓸어가 버리면 공사를 중단하지 않겠냐는 극단적 얘기도 했다. 나름대로 적극적으로 취재*보도했다고 변명했지만 돌아와서 생각하니 주민들이 말이 맞았다. 2조 6천억 원이나 투입되는 초대형 국책사업이고 어쩌면 수백만 지역민들의 운명이 달려 있는 사안인데도 영산강사업에 대한 심층보도는 가뭄에 콩나듯 했다. 오히려 낙동강에 비해 영산강에 배정된 예산이 적다며 4대강사업의 호남 홀대론을 주장하는 보도가 일부 정치인과 자치단체장들의 입을 빌어 지역의 신문과 방송을 뒤덮고 있었다. 지금 현재 영산강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을 기록으로 남겨 후손들이 알 수 있도록 해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하지만 보도되기까지의 과정은 지난했다. 발주처인 익산지방국토관리청은 광주 MBC의 취재 요청을 철저히 외면했고 시공업체들은 취재 현장마다 따라붙어 우리가 뭘 취재하는지 감시했다. 기획보도 시점이 임박할 때쯤엔 MBC 노조의 파업이라는 변수를 만나 연속보도가 2회만 방송되고 중단되기도 했다. 당시에는 기사 욕심이 앞선 나머지 파업 때문에 애써 준비한 기획기사가 사장됐다며 불평했지만 지금 생각해보니 52일간의 파업은 이번 기획에 있어 꼭 필요한 숙성기간이었던 것 같다.


기사에서도 밝혔지만 영산강 살리기 사업이 끝나면 지금보다 더 좋아질 지 나빠질 지 단정할 수 없다. 아직 일어나지 않은 일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일어나지 않은 일이라고 해서 비판과 견제까지 미뤄서는 안될 일이다. 국민들은 소 잃고 외양간 고치지 말자는 단순한 요구를 하는데도 정부는 아직도 이해하지 못하는 것 같다. 짓고 나서 오래 되면 재개발을 하는 건물이나 구도심과 달리 4대강은 한 번 공사가 끝나면 이전의 상태로 되돌리기가 어려운 비가역성이 있기 때문에 신중하자는 것 아닌가. 오늘의 이 ‘우려’가 미래에 ‘사실’로 확인되는 일이 일어나지 않기를 간절히 바랄 뿐이다.


기획보도를 준비할 때 집사람에게 아이가 생기는 경사가 생겼다. 태명을 ‘강’이라 지었는데 강처럼 모든 것을 받아 안으면서 유유하게 살라는, 우리의 아름다운 강처럼 멋있게 크라는 아빠의 바람을 담았다. 아마도 이번 상은 엄마 뱃속에 있는 ‘강’이가 아빠에게 미리 준 선물이 아닌가 생각한다. 부산MBC 기자들에게도 감사를 드린다. 올 1월 이달의 기자상을 타기도 했던 부산MBC의 ‘닻올린 낙동강 살리기 사업’ 보도는 여러 모로 자극이 됐다. ‘낙동강에서도 했는데 영산강에서 못하랴’식의 생각을 했다는 얘기다. 그리고 취재를 도와준 여러 전문가들과 보도하는 데 지원을 아끼지 않았던 데스크, 격려해줬던 동료기자들과 수상의 영광을 함께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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