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38회 이달의 기자상 심사평
- 고유번호 : 15357
- 작성자 : 관리자
- 작성일 : 2010-08-13 10:22:15
취재후기
취재후기
(238회) ‘영산강 살리기 사업, 이대로 좋은가’/ 광주MBC
‘영산강 살리기 사업, 이대로 좋은가’
광주MBC 보도제작국 김철원 기자
지난 2월 영산강 사업 죽산보 공사현장 인근의 보리밭 15헥타르가 35밀리미터의 비에 침수된 적이 있었다. 속도전이 부른 해프닝성 사고였고 공사의 본질과도 관련성이 적었지만 시공업체는 이상하리만치 사력을 다해 보도를 막으려 했다. 공사 책임자는 기사 작성중인 기자에게 전화를 걸어 보도가 나가지 않게 해주면 큰 보답을 하겠다고 말했다. 경찰도 서울 뉴스데스크에 해당 보도가 나가는 지 여부를 확인하러 기자에게 전화를 해왔다. 개의치 않고 보도를 하긴 했지만 뭔가 개운치가 않았다. ‘왜 이렇게 민감하게 반응하고 덮으려고 할까?’ 이런 의문은 영산강 사업 취재를 자청하게 된 계기가 됐다.
그로부터 한 달 쯤 지났을까? 대한하천학회가 발표한 지하수 상승에 따른 침수피해 논란을 취재하던 때였다. 우리와 인터뷰를 마친 죽산보 인근에 산다는 주민은 신문과 방송에서 영산강사업을 왜 찾을 수 없냐고 물었다. 인터뷰한 것이 방송은 되는 것이냐며 의심도 했다. 신문방송에서 안 다뤄주니 비나 많이 와서 다 쓸어가 버리면 공사를 중단하지 않겠냐는 극단적 얘기도 했다. 나름대로 적극적으로 취재*보도했다고 변명했지만 돌아와서 생각하니 주민들이 말이 맞았다. 2조 6천억 원이나 투입되는 초대형 국책사업이고 어쩌면 수백만 지역민들의 운명이 달려 있는 사안인데도 영산강사업에 대한 심층보도는 가뭄에 콩나듯 했다. 오히려 낙동강에 비해 영산강에 배정된 예산이 적다며 4대강사업의 호남 홀대론을 주장하는 보도가 일부 정치인과 자치단체장들의 입을 빌어 지역의 신문과 방송을 뒤덮고 있었다. 지금 현재 영산강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을 기록으로 남겨 후손들이 알 수 있도록 해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하지만 보도되기까지의 과정은 지난했다. 발주처인 익산지방국토관리청은 광주 MBC의 취재 요청을 철저히 외면했고 시공업체들은 취재 현장마다 따라붙어 우리가 뭘 취재하는지 감시했다. 기획보도 시점이 임박할 때쯤엔 MBC 노조의 파업이라는 변수를 만나 연속보도가 2회만 방송되고 중단되기도 했다. 당시에는 기사 욕심이 앞선 나머지 파업 때문에 애써 준비한 기획기사가 사장됐다며 불평했지만 지금 생각해보니 52일간의 파업은 이번 기획에 있어 꼭 필요한 숙성기간이었던 것 같다.
기사에서도 밝혔지만 영산강 살리기 사업이 끝나면 지금보다 더 좋아질 지 나빠질 지 단정할 수 없다. 아직 일어나지 않은 일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일어나지 않은 일이라고 해서 비판과 견제까지 미뤄서는 안될 일이다. 국민들은 소 잃고 외양간 고치지 말자는 단순한 요구를 하는데도 정부는 아직도 이해하지 못하는 것 같다. 짓고 나서 오래 되면 재개발을 하는 건물이나 구도심과 달리 4대강은 한 번 공사가 끝나면 이전의 상태로 되돌리기가 어려운 비가역성이 있기 때문에 신중하자는 것 아닌가. 오늘의 이 ‘우려’가 미래에 ‘사실’로 확인되는 일이 일어나지 않기를 간절히 바랄 뿐이다.
기획보도를 준비할 때 집사람에게 아이가 생기는 경사가 생겼다. 태명을 ‘강’이라 지었는데 강처럼 모든 것을 받아 안으면서 유유하게 살라는, 우리의 아름다운 강처럼 멋있게 크라는 아빠의 바람을 담았다. 아마도 이번 상은 엄마 뱃속에 있는 ‘강’이가 아빠에게 미리 준 선물이 아닌가 생각한다. 부산MBC 기자들에게도 감사를 드린다. 올 1월 이달의 기자상을 타기도 했던 부산MBC의 ‘닻올린 낙동강 살리기 사업’ 보도는 여러 모로 자극이 됐다. ‘낙동강에서도 했는데 영산강에서 못하랴’식의 생각을 했다는 얘기다. 그리고 취재를 도와준 여러 전문가들과 보도하는 데 지원을 아끼지 않았던 데스크, 격려해줬던 동료기자들과 수상의 영광을 함께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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